70대 노인이 단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해온 이 노인은 최근 폐결핵으로 병원신세를 지며 통장 잔고가 27원에 불과했지만 의료비 지원은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서울 용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0시10분쯤 용산구 보광동 한 다세대주택의 1층 단칸방에서 장모씨(79)가 숨진 채 발견돼 인근 주민 황모씨(80·여)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장씨는 화장실도 없는 5평 단칸방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에 상처가 없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는 것으로 보면 노환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통장 잔고는 27원에 불과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장씨는 1달에 생계비와 주거비, 기초연금 등 총 49만9290원의 정부지원을 받아왔지만 지난달 지원금 가운데 대부분을 병원비로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지난달 폐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해 30만원의 병원비를 냈다. 병원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확실친 않지만 장씨가 퇴원당시 입원비 30만원을 현금형태로 지급한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별도의 의료비 지원은 받지 못했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장씨는 의료급여 대상이라 이미 병원비가 싸게 책정돼 추가 의료비 지원은 없었다"며 "다만 사정이 어려워 병원비 지급이 힘들 경우 검토를 거쳐 이웃돕기성금에서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장씨를 담당한 사회복지사 A씨는 "1월말쯤 처음 장씨 집을 방문한 이후 수차례 새벽에 전화가 와서 '지금 와서 컵라면에 물만 부어놓고 가달라''문밖의 연탄을 방안으로 들여놔달라'고 부탁을 해왔을 정도로 거동이 힘들었다"고 했다.
장씨에게는 5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과 장씨의 시신이 안치된 순천향대학교 병원으로 찾아온 연고자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 B씨는 "장씨가 지난해 옷을 빼입고 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을 찾지 못하거나 유족들이 시신에 대한 인수를 거부할 경우 일정 기간의 공시를 거쳐 행려처리하고 별도의 장례절차 없이 화장해 납골당에 안치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강기준 기자, 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