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어떻게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을 독식할 수 있었을까?
지난 분기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전체 이익의 93%를 독차지했다는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보고서가 화제다. 반면 2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과 비슷한 수준의 이익 점유율을 기록했던 삼성은 9%로 뚝 떨어졌다.
두 회사의 이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벤처비트가 9일(현지 시각) 분석했다.
■ 판매량 점유율도 삼성과 대등한 수준
첫번째는 애플의 판매량 자체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 동안 10% 중반대에 머물렀던 애플은 지난 분기 7천450만대를 판매하면서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렸다. 조사 기관에 따라서는 삼성과 애플 점유율을 같은 수준으로 평가한 곳도 있다.
판매량 만으론 애플의 ‘비인간적인 이익 점유율’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부분은 마진이다.
애플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분기 마진이 39.9%였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 37.9%에서 크게 증가했다.
애플은 개별 제품별 마진은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추론은 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벤처비트는 “지난 4분기 애플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란 점을 감안하면 마진이 40% 내외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분기 21%였던 삼성의 스마트폰 마진은 18%까지 떨어졌다. 결국 판매량 격차가 없어진데다 마진까지 차이가 나면서 이익 점유율이 애플 쪽으로 확 쏠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고가-대형 화면 전략 시장서 통해
여기까지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했을까? 벤처비트의 분석을 좀 더 따라가보자.
가장 먼저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역시 애플 특유의 '고가 전략'이다. 지난 분기 아이폰 평균 판매가격이 687달러에 이를 정도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덕분에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표적인 프리미엄 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캐너코드의 스마트폰 이익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2013년 4분기 이래 줄곧 60%를 웃돌았으며, 신모델이 출시되는 4분기에는 70~80% 수준에 이르렀다. 급기야 지난 분기에는 93%라는 비현실적인 이익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은 몇 년 전 CES에서 갤럭시 노트를 내놓으면서 선풍적인 바람을 몰고 왔다. 이후 패블릿이란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면서 점유율을 높였다.
그 때가 2013년이었다. 그해 2분기에 삼성은 스마트폰 출하량 1억700만대를 기록하면서 애플(3천120만대)을 압도했다. 당시 두 회사간 이익 점유율도 ’53%(애플) 대 49%(삼성)’로 근접했다.
이번에 애플이 엄청난 이익을 올린 것은 삼성의 ‘패블릿 전략’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들어 확대되고 있는 동영상과 쇼핑 수요를 담아내는 데는 ‘대형 화면 스마트폰’이 최적격이기 때문이다.
■ "대형 화면 아이폰 내놓는 시점도 잘 잡아"
벤처비트는 또 애플이 대형 화면 아이폰을 내놓는 시점도 잘 잡았다고 분석했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이 들고 다니는 대형 화면 폰을 보면서 부러움이 극에 달했던 이용자들이 아이폰6와 6플러스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구매 행렬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면 크기’ 때문에 애플을 떠났던 많은 이용자들이 아이폰 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조사업체인 카날리스는 현재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오는 2018년에는 전 세계에서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6억5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익현 기자 (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