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몇 차례나 상대성이론 얘기를 들으면 비록 이해하진 못해도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새삼 자각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 혁명을 통해 정보를 소비하고 사람간에 소통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잡스는 지하철에서 신문 읽는 풍경을 없앤 장본인이 아닌가. 마크 저커버그는 어떤가. 페이스북을 통해 인간의 소통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역시 인류의 삶을 바꿔 놓는데 일조했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또 있다. 모두 다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는다는 점이다. '저 사람은 옷을 갈아입기는 하는 거야?'란 생각이 들 정도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저커버그의 같은 옷 입는 습관과 관련해 "내가 페이스북에 기여한 일 중 하나는 마크가 똑같아 보이는 티셔츠를 여러 벌 갖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알린 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저커버그는 거의 언제나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는다. 잡스는 검은 터틀넥 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 두 사람 모두 미국에서 '가장 옷을 못 입는 최고경영자(CEO)'로 꼽히기도 했다.
천재들은 왜 같은 옷 입는 것는 것일까. 어떤 한 패션 스타일에 편집증을 갖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서 시간관리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리브카 캐롤린이 원인을 분석했다.
1. 단순하다=단순함이 천재성이다. 복잡한 것은 어지럽다. 미국에서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장 속에 있는 옷을 80%도 채 입지 않는다. 같은 옷을 입는 것을 유니폼을 입는 것처럼 어떤 틀에 묶인다고 생각하지 말라. 언제나 당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라. 당신을 상징하는 패션 스타일을 가지면 남들에게 기억되기도 쉽다.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이 있다. 즐겨 입는 스타일의 옷으로 옷장을 채우고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버려라. 그것만으로도 옷장을 가볍게 할 수 있다.
2. 결정이 필요없다=우리는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정을 내릴 때마다 에너지를 쏟아 생각해야 하고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 옷장 앞에 서서 오늘은 뭐를 입을까 고민하며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 상당 부분을 소비한다. 매일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으면 아침마다 뭐를 입을까 결정하느라 에너지와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왜 언제나 같은 옷을 입느냐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질문에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같은 사소한 결정도 피곤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며 "나는 내 모든 에너지를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쏟고 싶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사업 외에는 고심해서 결정해야 하는 일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3.돈이 절약된다=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이 무엇인지 알면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사서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사놓고 나니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편해 입지 않고 옷장에 처박아두는 옷이 누구든 서너벌은 된다. 그런 옷은 쓴 돈이 아까워 버리지도 못한다. 옷장에 옷은 가득한데 입을 옷은 없는 이 역설,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으면 벗어날 수 있다. 파란 셔츠에 청바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정했다면 파란 셔츠를 7벌, 청바지를 4∼5벌 계절별로 준비해놓고 입으면 된다.
같은 스타일의 옷이니 사놓고 못 입을 일도 없다.
패스트패션의 시대, 다양한 스타일의 옷들을 싸게 샀다가 가볍게 입고 버리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계절마다 새로운 스타일의 옷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사람의 성향일 뿐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시도하면 매일 아침 입을 옷을 선택할 때뿐만이 아니라 옷을 사러 가서 고르고 쇼핑하는데도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아인슈타인, 잡스, 저커버그는 다만 옷을 쇼핑하고 골라 입는 일에 대해 신경을 끄고 싶었을 뿐이다. 결국은 옷 입는 것도 선택의 문제다. 옷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것인가, 그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데 쏟을 것인가.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