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아파트의 평균 전세보증금이 월 282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10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는 안정돼 있지만 전셋값은 빠르게 오르면서 직장인들에게 전세금 마련은 갈수록 부담스러운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월세전환과 재계약 등으로 전세물건이 부족한 가운데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는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됐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소재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3억3849만원. 지난해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간 소득(5682만원)의 6배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최근 11년(2004∼2014년) 사이의 소득대비 전세금 배율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세금 상승폭이 소득 증가폭보다 컸기 때문이다. 통상 전세계약 기간이 2년인 점을 비춰볼 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2년 말(2억7767만원)보다 6082만원(22%)이나 뛰었지만 소득은 2년새 5391만원에서 291만원(5.4%) 오르는데 그쳤다.
저금리 탓에 전세금을 마땅히 굴릴 곳이 없는 집주인들이 월세 전환을 희망하다보니 전세 매물이 부족한 것도 '미친 전셋값'에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 집주인이 내놓은 호가가 전셋값이 되면서 바로 거래되고 전세시장은 갈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둘째주(9~13일) 전세시장은 △서울 0.26% △경기·인천 0.13% △신도시 0.06% 등을 기록하며 4주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에선 서초(0.77%) 강서(0.61%) 강동(0.44%) 광진(0.30%) 등의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특히 서초구는 반포동 주공1단지, 잠원동 신반포청구 등이 1000만~3500만원 가량 올랐다. 반포한양과 신반포5차 등의 이주수요가 더해지며 전세물건이 귀한 탓이다. 강동구 역시 재건축 이주수요 여파로 전셋값 강세가 이어졌다. 둔촌동 둔촌주공 1·2·3단지, 암사동 선사현대 등이 500만~2000만원 가량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설 연휴 이후에도 전셋값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집주인의 월세선호에 따라 전세물량이 희귀해졌고 봄 이사수요와 재건축 이주수요 등이 더해지고 있어 전셋값 상승 추세는 쉽사리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설 명절이 있는 다음주(2월 16~20일)에는 아파트 청약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신규 청약없이 당첨자 계약 2곳만 예정돼 있다. 대구 동구 입석동 강변 해맞이타운과 충북 진천군 충북혁신도시 영무예다음2차 아파트의 계약이 이달 16~23일 진행된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