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인 30대 남성들이 새벽부터 아침까지 지나가는 젊은 여성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BB탄을 난사한 뒤 도주하다가 경찰과 차량 추격전 끝에 검거됐다.
이들 가운데는 현직 공무원도 있었다.
경기 동두천경찰서는 15일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의정부시 본청 소속 7급 공무원 정모(34)씨 등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이날 오전 3시30분께 동두천시 지행동 신시가지 앞을 지나던 20대 여성 2명에게 비비탄을 난사하고 차량으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여성들은 "다리와 복부 등에 비비탄을 맞았다. 남자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총을 들이대고 수십여 발을 마구잡이로 쏴댔다. 소리를 지르고 그만하라고 해도 멈추지 않아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여성들에게 정조준 사격한 점에 비춰 일부러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 일행의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당은 몇 시간 뒤인 오전 7시10분께 동두천시 생연동의 한 편의점 앞에서도 A(36)씨에게 비비탄을 난사하고 달아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3㎞ 추격전을 벌인 끝에 보산역 앞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데저트이글(Desert Eagle) 모형 가스식 전동 권총 2대를 사용했으며 서바이벌 동호회에 가입하려고 이달 초에 인터넷에서 각 36만원, 31만원에 모형 총기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연천지역의 한 고교 동창인 이들은 전날 만나 술을 마신 뒤 재미 삼아 행인을 상대로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당시 이들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 미만이었다.
이들은 '맥주 3병만 마셨고, 공무원인 정씨는 총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내부에는 블랙박스가 없어 경찰은 이들의 이동경로, 총기를 구입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행적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주범인 김씨(34·유흥업)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며, 정씨는 불구속 입건할 계획이다.
(동두천=뉴스1) 이상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