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여고생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남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등에 따르면 미궁에 빠진 여고생 강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모(38)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01년 2월 4일 새벽.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던 박모(당시 17세)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박양은 발견 당시 성폭행 당한 채 벌거벗겨져 강에 빠져 숨져 있었다. 목이 졸린 흔적은 있었지만 사인은 익사였다.
경찰은 곧바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다.
박양이 사건발생 전날 밤 11시30분께 두명의 남자와 있는 것을 본 A(당시 17세)군이 유일한 목격자였다. 이른바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당시 광주에 살던 박양이 어떤 경로로 나주에 가게 됐는지에서부터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은 "한달이상 수사를 진행했지만 도무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며 "게다가 당시는 기술부족으로 익사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기억했다. 박양이 연고가 없는 나주에서 발견된 점도 수사가 미궁에 빠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제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던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그러나 사건 발생 10년이 지난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게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있던 A양의 중요부위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용의자는 현재 목포교도소에서 강도살인 등의 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김씨로 확인됐다. 게다가 김씨는 사건 당시 박양의 집 인근에서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들은 진범이 잡혔고 미제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박양 시신에서 김씨의 DNA가 발견되는 등 명확한 증거가 있었지만 박양을 알지도 못한다는 용의자 김씨와 목격자의 진술만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박양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던 A군이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점과 김씨가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3년 전에 그것도 딱 한번 어두운 밤에 만났던 목격자의 진술이 불기소처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남는다.
법조 관계자는 "정황증거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성관련 범죄에서 이 정도의 증거(중요부위에서 발견된 DNA)를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수사에 참여한 경찰은 "김씨가 무기수이기 때문에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경찰이 검찰의 처분에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사건은 다시 미제사건으로 분류됐고, 2016년 2월 3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목포=뉴스1) 윤용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