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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스웨덴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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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1


칼 호센 스웨덴 소액주주협회장/ 사진=협회 제공

 

# 지난해 말, 스웨덴 A 기업의 한 임원이 회사 전용 비행기에 자신의 가족과 애완견을 태우고 수 차례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발각됐다. 스웨덴의 한 시민단체는 A 기업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항의했고, 해당 이사는 결국 사임했다. 더 나아가 이 시민단체는 A 기업의 자산이 사유화 된 사례가 더 있을 것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A 기업은 외부기관을 통한 특별 감사를 앞두고 있다. 

 

이 결과를 이끌어 낸 장본인은 스웨덴 소액주주협회(Sveriges Aktiesparares Riksforbund)다. 소액주주협회의 역할은 간단하다. 스웨덴 기업들이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투자받은 기업들이 기업 자산을 사유화하거나 수익 배분을 부당하게 하는 것 등을 막고자 노력한다. 

 

소액주주협회는 1966년에 세워진 시민단체로 스웨덴에서 7만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인구 100만 명에 불과한 스웨덴에서 약 1%의 시민이 소액주주협회에 가입된 셈이다. 이 단체는 회원들이 연간 내는 회비 500크로나(약 8만원)과 교육 수익사업으로 운영된다. 이쯤이면 '국민'시민단체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지난 6일 현지에서 칼 호센 소액주주협회장(56)을 만나 이들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해 들었다. 

 

호센 회장은 "소액주주협회의 가장 큰 목적은 스웨덴 시민들이 자신의 돈을 더 쉽게 저축하고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기업활동 감시는 물론 세금 감면과 같은 정부정책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업을 감시하는 것은 단순히 적대적인 '눈초리' 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업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다. 이들은 그들만의 기업 투자보고서, 회계감사 보고서를 읽는 방법은 물론, 기업 분석 툴을 고안해 사람들과 함께 공유한다. 

 

실제로 이들이 만든 교육자료는 스웨덴에서 투자입문서로 통용된다. 25%가 넘는 스웨덴 10대 청소년들이 투자 방법을 배우는 첫 경로로 이들의 강의나 책을 선택한다. 

 

호센 회장은 "교육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금융은 특히 개인 투자자가 비대칭적 정보 때문에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기초교육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협회가 기업에 큰 영향력을 갖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익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이해집단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호센 회장은 "우리 협회에는 돈이 많은 사람도 적은 사람도, 서로 다른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도 함께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낸다"며 "그들이 모두 자신이 투자한 돈을 손해보지 않겠다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의견을 일치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웨덴에서 기업이 잘못한 부분이 언론에 공개되면 우리가 먼저 나서 철저한 진상파악을 요구한다"며 "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 그 행동이 주가하락 등 우리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웨덴은 한국과 비슷한 대기업 중심 소국 경제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이 막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기업이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기업에 대한 감시가 국민의 몫이라는 생각과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보장되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호센 회장은 시민단체의 균형적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호센 회장은 "우리 단체가 스웨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영향력 보다 실용적 '이익'을 택했기 때문"이라며 "협회가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순간 우리의 기업평가나 이익 추구 행동이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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