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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졸업식 '셀카와 도시락'으로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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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3


 

 

"야 여기 봐. 찍는다~ 하나 둘 셋~!"


연세대학교와 이화여대 2015년 봄 학위수여식(졸업식)이 개최된 23일. 분주한 교정을 채운 졸업생들의 시선은 약 3m 길이의 긴 장대를 향해 있었다. 전통의 'V자'에서부터 1명을 위해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는 '외모 몰아주기' 포즈까지. 여기저기 솟아있는 셀카봉에 향한 졸업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찬란했던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즐기려는 대학 졸업식의 신풍경이다.

◇ "딱딱한 가족사진 'NO', 셀카봉에 친구끼리 '찰칵'"

저마다 셀카봉을 하나씩 든 20대 졸업생들에게 학교는 흡사 여행지를 방불케 했다.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놀이하듯 연신 셀카봉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돌려보기에 바빴다. 과거 학교를 배경으로 대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던 풍경은 찾기 드물었다. 

이화여대 석사과정을 졸업한 김모씨(28·여)는 "부모님은 안오시고 친한 친구랑 둘이 왔다"며 "이왕 찍는 거 재미있게 하자고 해서 놀러온 듯 사진을 찍고 있다"고 웃었다. 친형의 졸업식에 왔다는 황모씨(22)는 "따로 돈 들여서 누구한테 찍어 달라기 싫어서 우리끼리 재미있게 찍고 싶었다"며 준비해온 셀카봉을 길게 늘어뜨렸다. 

친구 3명과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던 조모씨(26·여)는 "사진사에게 사진 찍으면 표정이 굳는 느낌"이라며 "자연스럽게 우리끼리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장에 3만~5만원하는 사진 값도 만만치 않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것 사먹는 게 남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졸업식 사진을 담당했던 사진사들은 졸업식 배경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날 연세대 졸업식에도 사진사 60여명이 캠퍼스를 누볐으나 손님을 찾기 쉽지 않았다. 50년 경력의 사진사 차모씨(70)는 "지금까지 오늘 1명 찍었다"며 "스마트폰과 셀카봉이 나온 후 공치기 일쑤"라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10년동안 이화여대 졸업식에서 왔다는 사진사 이모씨(46)는 "아침부터 3시간 가까이 발품을 팔았지만 1건도 찍지 못했다"며 아쉬웠다. 대화 도중 학생들에게 다가가 "좋은 날엔 작품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으나 외면당했다. 

 

◇ 작품사진 대신 '셀카봉'·가족끼리 '도시락' 실속파들도


기존 졸업앨범은 '노잼'(재미없다는 신세대 은어)이라며 직접 제작에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는 김모씨(25)는 "친구들끼리 졸업앨범이나 비싼 촬영 대신 셀카를 찍어서 앨범을 제작하고 있다"며 "자신들만의 특별한 앨범을 만드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졸업앨범 가격이 1인당 10만원인데 비해 1명당 2~3만원이면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는 박모씨(25·여) 역시 "요즘 취업 문제때문에 졸업이 2~3년씩 늦어지고 있다"며 "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돈도 절약하기 위해 친구들끼리 찍어 저렴하게 앨범을 만드는 문화가 생긴 거 같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중식당이나 한정식 집을 찾던 문화도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졸업식에 왔다는 이모씨(25여)는 "저희는 졸업식 끝나면 학교 앞에 '런치 디씨'(점심값 할인)가 되는 샐러드바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도시락을 직접 싸온 '실속파' 졸업생도 있었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한 최모씨(23·여)는 "주변 식당은 사람이 많아 시끄럽고 가격도 부담된다"며 "부모님과 간단히 사진 찍고 야외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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