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혹은 대변을 보시고 누르기 전, 변기 뚜껑 닫는 것을 생활화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치주염을 비롯한 악성 '구강 세균충'의 가장 큰 시발점이 이곳입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33)는 얼마 전 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단체 메일을 보내고, 강력한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리기 정책'을 실시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핀테크 전문 기업으로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Toss)'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의 설명은 변기에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미세 거품들이 1.5~2미터까지 날아간다는 것. 그는 "변기로부터 칫솔의 거리가 2미터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실상 변기에 있는 세균들이 우리의 입안으로 들어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장면. 비바리퍼블리카의 한 개발자가 사무실에서 냉장고 문에 손을 찧어 찢어졌다. 이 대표는 근처 지인의 병원에 데려가 개발자의 손을 직접 꿰맸다.
'혁신'과 '창조적 사고'의 대명사로 불리는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가 변기 뚜껑에 집착하고 다친 손을 직접 꿰맬 줄 안다?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치대를 졸업한 의사다. 서울삼성병원과 공중보건의사로도 근무했다.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고 세상에 봉사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기술 혁신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창업했다. 이 대표에게 직원들의 위생, 건강은 '기업 운영 정책'과 동급이다.
독특한, 혹은 기이한 스타트업 특유의 색깔은 주로 창업자의 성향에서 시작한다. 스타트업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지침이 있는 기업은 비단 비바리퍼블리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뱅킹이 금지돼 있어 은행에 직접 가서 송금해야 하는 이 스타트업은 '한술 더 뜬다'고 해야 한다. 이 회사 CEO는 더군다나 바이러스, 악성 코드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컴퓨터에 어떤 백신도 설치하지 못하게 한다. 외부에서 온 첨부 파일을 개인 컴퓨터에서 열어보는 것도 금지다. 이 기업은 다름 아닌 모바일 보안 전문 업체 에스이웍스다.
에스이웍스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세계 3대 해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홍민표 대표(37)다. 인터넷 뱅킹을 쓰지 못하게, 백신을 깔지 못하게, 첨부 파일을 열지 못하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바이러스나 해킹의 위험 때문이다.
2013년 초 금융사, 방송사 전산망 마비 사고 당시, 백신 업데이트 관리 서버가 악성코드 유포지가 된 적이 있어 에스이웍스는 백신을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한다. 그보다는 보안 전문가인 각각의 직원이 보안에 철저히 임한다. 혹여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컴퓨터를 차라리 초기화해 불안요인을 제거한다.
숫자를 좋아하는 대표 때문에 모든 일 처리에는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고, 의사표현까지 숫자로 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직방'으로 부동산 업계를 '평정'한 채널브리즈다. 채널브리즈 직원은 엑셀에 숫자를 입력할 때, 아무리 간단한 값이라도 '수식'을 사용해 표현한다. CEO인 회계사 출신 안성우 대표(36)의 주문사항 때문이다.
한 채널브리즈 직원은 "각 직원이 의사 표현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도 긍정, 중립, 부정을 각각 '+1', '0', '-1'과 같이 숫자를 사용해 표현한다"며 "숫자를 사랑하는 안 대표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