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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장님은 진짜 소심하지? A형이라 그런가 봐.”
“그래, 우리 팀에서 제일 소심한 김대리도 A형이잖아. 김대리는 틀림없이 트리플 A일 거야”
“그러게, 하필 우리 팀은 왜 전부 소심한 A형만 있는 거야?”
“누가 아니래, 함께 일하기는 O형이 최고인데…지난번 팀장님은 O형이라 진짜 같이 일하기 좋았는데…”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전라도 출신은 어떻다, 연세대 출신은 어떻다, 키가 크면 어떻다 등등 너무나 많은 고정관념들이 모두 사실인 양 일반화 돼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개인적이며, O형은 자존심이 강하다, AB형은 까다롭다는 식의 ‘혈액형 성격론’ 역시 우리 주위에서 설득력을 가지고 전파되고 있는 고정관념 중 하나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축구감독이 혈액형으로 선수들의 포지션을 편성했다고 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 적도 있었다.
만일 혈액형이 사람들의 성격을 좌우한다면 우리들의 인생은 얼마나 편해질까.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단지 딱 네 가지로 분류 할 수 있으니 혈액형만 알고 있으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미리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별 혈액형 분포를 보면 유럽 국가는 O형, A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독일인(84%), 프랑스인(90%), 영국인(89%) 등이다. 또 브라질과 페루 원주민은 전부 O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소심하고, 남미 원주민들은 전부 자존심만 강한 사람만 있다는 것일까.
이러한 고정관념을 사회심리학에서는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증거나 과학적 근거 없이 확산돼 일반화된 개념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경험하지 못했고 통계적으로도 입증할 만한 경험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고정관념을 맹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혈액형뿐만 아니라 별자리, 운세, 사주, 타로 등에도 우리가 호기심을 갖고 이런 것들을 믿는 이유는 ‘바넘효과(Barnum Effect)’ 때문이다. 바넘효과는 사람들이 보통 막연하고 일반적인 특성을 자신의 성격으로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특성이 있는지 여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으로 믿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사람들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 선별해 보고, 듣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그 정보의 틀에 맞춰 그 정보가 진실이 되게 만들어 버린다.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인간들의 심리적인 비합리성을 보여주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향은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나며 성별에 따른 차이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심리학적 편향과 고정관념으로 우리 조직은 편이 갈리고, 서로 반목하고, 오해하고, 자신들을 스스로의 한계 속에 가두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돼 결국은 조직의 성과를 저해하는 커다란 원인이 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사회는 아직도 뿌리 깊은 ‘성 역할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남성은 경쟁과 활동성이 필요한 사회적 역할에 적합한 반면 여성은 타인을 배려하고 돌보는 역할에 적합함이 강조돼 왔다.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조직에서 남녀가 한 팀을 이루어 함께 일을 할 때 서로의 장점이 결합해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대부분의 조직에서 수많은 편향과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때로는 가해자, 때로는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남녀의 장점이 잘 결합된 ‘성별이해지능이 뛰어난 조직(Gender Intelligent Organization)’을 이루어야만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주는 고정관념과 편향에서 벗어나 함께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