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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와 땅콩버터, 생리대까지" 진화하는 마약, 결국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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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1


 

 

"녹차OO과 땅콩버터OO, 생리대OO?"


애써 맞힐 필요는 없습니다. 혹 정답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의심스런 눈초리로 지켜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답은 '마약' 입니다.

일본에서 숙박업을 하던 조모씨(43)는 마약제조업자인 일명 '시온' H씨(34)에게서 은밀한 제안를 받게 됩니다. 신종마약인 '허브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팔아보자는 것입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데에 혹한 조씨는 무역회사 직원 이모씨(44)와 함께 마약을 들여오기로 결심합니다.

문제는 단속이었습니다. 고민에 빠진 조씨는 우연히 녹차를 보고 답을 얻습니다. 허브마약을 압축해 팩에 넣으니 시중에서 판매되는 녹차팩이나 허브팩과 다름 없었습니다. 조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허브마약 완제품 10kg을 국내로 들여옵니다. 일반 소포처럼 보이기 위해 과자와 함께 우체국 특송편으로 보냈고 이씨가 이를 받아 조씨에게 건넸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조씨는 제조업자인 '시온'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과감한 결정을 합니다. "너무 약하다"는 '고객'들의 항의에 고심 끝에 낸 아이디어였습니다. 조씨는 시온을 서울 강남 한 호텔에 3일간 투숙시키면서 고객의 요청에 따라 허브나 깻잎, 한약재료 찌꺼기 등에 원료물질을 삽입하는 등 허브마약 10kg를 제조합니다. 조씨는 시온이 보안을 요구해 구체적인 제조방법을 보지 못했으나 "연기가 굉장히 많이 난다"며 흐뭇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판매 수법 역시 기발했습니다. 조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아이스', '작대기', '술' 등 단어가 포함된 판매글을 올립니다. 마약 관계자들끼리만 알아보는 은어였던 것입니다. 이를 알아챈 중학생 A군(16) 등 미성년자들도 쉽게 마약을 접했습니다. 심지어 고등학생 B군(18)은 받은 허브마약 샘플을 인터넷을 통해 70만원에 재판매해 이익을 남기기도 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마약 밀반입과 제조, 판매 수법으로 해당 마약은 약 80여명의 손에 이르게 됩니다. 

이쯤되면 과거 유명세를 치렀던 마약 밀반입 수법들은 '신종'이라는 말이 무색해보입니다. 2007년 8월과 2008년 4월 농축 대마인 일명 '해시시'가 갈색이란 이유로 땅콩버터통에 담아 들여오려다 적발됐습니다. 또 치약 튜브와 콘돔, 면도기 크림통 등에 마약류를 숨겨오다 붙잡힌 사건도 있었습니다. 

마약 유통을 위해 성적 수치심까지 감수한 경우도 있습니다. 2010년 10월 여대생 박모씨는 착용한 생리대 속에 4000만원 상당의 엑스터시 400정을 넣은 뒤 입국했으나 세관 검사에 어색한 행동을 보이다 결국 검거됐습니다. 이외에도 경북 영덕에서 심마니처럼 산을 타며 야생 대마 4kg를 캐다 검거된 사연은 전설처럼 전해집니다. 

한 때 신종수법을 선보였으나 결국 수사망을 피하지 못한 이들처럼 조씨 등도 과도한 마약 흡입에 의해 황당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허브 마약에 취한 조씨는 택시에서 횡성수설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기사와 함께 곧장 지구대에 가게 된 것입니다. 환각에 빠진 조씨는 스스로 마약 이야기를 꺼냈고 이를 전해들은 서울청 광역수사대에 의해 검거되기에 이릅니다. 진화를 거듭하는 마약 유통 수법. 그러나 중독과 파괴의 본성은 이처럼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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