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中日) 관계는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없지만 중국인들의 일본 제품 쇼핑에는 화해 무드가 역력하다. 3600만원을 들여 일본 가전제품을 컨테이너 째 공수하는가 하면 일본을 찾는 유커들 사이에선 비데 구입이 대유행하고 있다.
1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인 해외 여행객의 일본 제품 쇼핑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45만명의 유커가 춘제 연휴 10일간 일본을 찾아가 쇼핑한 금액만도 1125억엔(1조1325억원)에 달한다는 보도다.
봉황망은 일부 유커들이 아예 컨테이너 째 일본산 가전제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V와 에어컨, 냉장고, 음향기기, 주방용품 같은 값비싼 제품 일색이다. 특히 이런 컨테이너 쇼핑 비용만 20만위안(3600만원)에 달한다. 봉황망은 쇼핑 비용 10만 위안(1800만원), 해외 운송비 및 관세 8만5000위안(1530만원), 구입 대리비 1만5000위안(270만원) 등이라고 밝혔다.
인민망은 유커들의 일본 쇼핑 필수 품목으로 한때 명품이 유행했지만 이제는 비데가 최고 인기라고 보도했다. 항균작용이 있고, 앉으면 따뜻하며, 어떤 양변기에도 장착할 수 있는 일본산 비데가 유커들의 필수 쇼핑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인민망은 드라이기나 도자기, 채소 칼, 보온 물병, 전동 칫솔 같은 일제 제품도 유커들이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유커들은 단 5kg짜리 일본 쌀을 1500위안(한화 27만원)에 구입해 가져갈 정도다.
인민망은 "(일본 상인들 사이에선)중국인 여행객이 오면 금고에서 돈 구르는 소리가 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런던 명품거리를 유커들이 점령하다시피하며 에르메스 스카프와 디올 시계를 싹쓸이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도 지난해 중국의 명품 소비액은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해 106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명품 소비액의 46%에 해당한다. 이중 810억 달러어치는 유커들이 일본 등 해외에서 구입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무분별한 해외 쇼핑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중국 언론은 "싱가포르와 한국, 프랑스는 중국인 유커만 보면 웃는다"며 "중국인이 전 세계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커들의 해외 쇼핑은 중국의 이유 없이 높은 가격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명품의 경우 해외 주요국 가격보다 중국 내 가격이 최고 3배이상 비싸다. 외국산 가전제품도 중국 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유커들의 해외 쇼핑을 막기 힘든 대목이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