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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남녀 가득, 홍대클럽 잠입한 '강력반 형사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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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2


지난달 28일 밤 10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근무 대기 중인 형사기동차량 옆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News1

 

"아, 클럽복장 하고 오라니까."


1일 새벽 2시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 한 클럽 앞. 비트있는 강렬한 음악이 새어나오고있는 입구에서 미리 연락을 받고 나와있던 클럽 운영자가 40대 남성을 막아서며 장난기 섞인 말투로 인삿말을 건넨다.

클럽 사장의 '구박'을 농으로 받아 넘긴 남성은 웃으며 인사한 뒤 클럽 안으로 들어선다. 2층의 VIP라운지를 슬쩍 둘러본 남성은 춤추는 젊은이들로 가득찬 1층 스테이지가 가장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선다.

'있는듯 없는듯' 한 자리에 서서 10분 남짓 춤추는 사람들의 행동과 얼굴을 유심히 살핀 남성은 10분 뒤 클럽을 빠져나갔다. 이 남성은 다름아닌 서울 마포경찰서 강력반 형사다.

서울 홍익대 근처는 주말밤이면 '무법천지'가 되다시피한다. 70개 남짓의 클럽과 140여개의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이 일대는 하루 평균 5000명의 외국인 관광객과 20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사람 있는 곳에 범죄 있다'는 경찰 내부 격언처럼 지난해 이 지역에서 들어온 112신고만 3만6000여건, 하루 평균 102건으로 전국 최고였다.

홍대 일대를 더 이상 '무법천지'로 방치해선 안되겠다고 판단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최근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신임 박창호 서장이 부임하며 '홍대 앞 치안확보'를 중점 시책으로 추진하면서 부터다.

홍대 일대에서 발생하는 절도 범죄 중 50%가 목~토요일 밤 10시~익일 오전 4시에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한 박 서장은 '경찰의 꽃'인 강력반 3개팀 형사 15~18명을 지난달부터 이 시간에 투입해 범죄 예방·대응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 10시쯤 이상동 서울 마포경찰서 강력2팀장이 ´홍대 앞 치안활동´을 벌이기에 앞서 트렁크에 있는 장비를 점검하기 위해 형사기동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 News1

 

동의를 구해 지난달 28일 밤 10시~익일 오전 4시 강력반 형사들의 근무를 동행취재했다. 이날은 앞선 사례에서 클럽 사장에게 '복장 지적'을 받은 형사가 소속된 강력 4팀을 포함해 강력 2·5팀과 김기락 강력계장 등 총 16명이 근무했다.


총 3개팀 중 1개팀은 형사기동차량을 타고 홍대 일대를 순찰한다고 했다. 범죄 '예방'이 주목적이다. 김 계장은 "경찰차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주요 지점을 순찰하며 자주 노출시키면 범죄 예방효과가 있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사이렌 등을 울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개팀은 홍대 근처 '주요지점'에서 잠복하며 절도범 등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나 살피고 클럽이나 술집에 '요주의' 인물이 있나 들여다본다.

이날 조성현 강력5팀장과 팀원들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좋은 '감성주점' 몇군데를 돌아보기도 하고 특정 지역에서 잠복근무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들어가는 주점에선 업주들이 형사들을 반갑게 맞았다. B주점 업주는 "테이블 위 휴대폰이나 지갑을 훔쳐가는 절도 범죄가 많은데 강력반이 투입된 이후에는 그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직원 교육을 더욱 철저히 시키고 있다"고 했다.

S주점 업주는 "주말이면 매일 (형사들이) 들르는데 활동 전보다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는 측면이 있다"며 "최대한 영업에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부분이 고맙다"고 말했다.

안영모 4팀장은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이라고 '마패' 까고 영업장소에 막무가내로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며 "또 우리 활동의 궁극적 목적이 지역 상인들의 영업을 돕자는 건데 영업을 방해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업주들뿐만 아니라 '강력팀 활동'을 알게된 시민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클럽가 근처에서 만난 여대생 최모(23)씨는 강력팀 형사들의 근무사실을 전해 듣고 "주말밤 홍대엔 사람도 많고 대부분의 사람이 취해있어 '계엄령'을 내려도 된다"며 "경찰복을 입지 않은 '사복 경찰'들이 티나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는 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E(21)씨도 "'감시당한다'는 느낌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많고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보니 이해할 수 있다"며 "스스로도 술 취해서 실수를 하지 않을까 더 조심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밤 11시쯤 서울 마포경찰서 강력팀 소속 형사들이 홍대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 News1

 

활동을 시작한 뒤 휴대폰을 훔치던 몽골인 B(30)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휴대폰을 훔쳐 달아나던 30대 남성을 추적해 검거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강력팀 활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안 팀장은 "사실 우리가 하는 활동은 주취 폭행·단순 절도범을 잡는 일보다는 계속 지켜보며 절도 등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잡아내는 일"이라며 "이런 범죄자를 잡으려면 최소 3개월 이상 기획수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 클럽에서 들어온 분실물이 또 다시 분실되는 일이 발생한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던 안 팀장은 "다음주 쯤 클럽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오전 4시가 가까워지자 슬슬 일과를 마무리하던 안 팀장에게 일반 강력범죄 수사도 힘들텐데 '홍대 활동'까지 하는 게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안 팀장은 피로와 자부심이 동시에 배어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형사들 사이에선 '현장에선 정복입은 경찰 10명이 형사 1명만 못하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습니다. 지역 사정에 밝은 형사들이 나가서 술을 마시면 그 술집 반경 2㎞ 내에서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있구요. 형사들을 알아보는 거죠 사람들이. '정복 경찰'들이 할 수 없지만 우리 형사들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 꾸준히 현장에 나와서 활동하다 보면 홍대 일대 범죄가 금방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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