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부터 삼성전자가 점 찍어둔 한 청년은 졸업하자마자 특채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는 역량을 맘껏 발휘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2년 만에 사표 낸 청년은 엔씨소프트로 이직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창업을 선택했다. 주인공은 연 매출 100억원, 회원 35만명을 기록하고 성공적으로 매각한 명품 커머스 '클럽베닛'의 정지웅 대표(35)다.
◇'백화점 대비 50% 싸게'…명품가방 온라인 판매
"좋은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엔지니어는 아니었어요." 스스로를 이같이 평가한 그는 커머스 플랫폼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2011년 시작한 클럽베닛은 샤넬, 프라다 등 명품 가방의 유통단계를 줄여 백화점 판매가보다 50~60% 저렴하게 판매하는 서비스였다.
명품시장의 유통 통로는 크게 3가지다. 샤넬 코리아처럼 본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지사, 병행수입, 중간판매상(regional distributor) 등이다. 클럽베닛은 명품 본사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해 제품을 떼오는 중간판매상과 소비자를 온라인에서 직접 연결해 유통비를 줄여 판매가를 낮춘 것.
중간판매상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명품은 쥐뿔도 모르는 게", "넌 곧 망할 것" 등 비판만 듣기 일쑤였다. 한 업체에 13번씩 찾아가 설득을 거듭했다. 겨우 14곳의 중간판매상을 확보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 매출이 억 단위를 넘나들자 중간판매상 수는 1년 뒤 500여곳으로 늘었다.
클럽베닛은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으로부터 13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어 2013년 5월 싱가포르 명품 커머스 리본즈 코리아에 합병돼 성공적으로 엑시트(자금회수)했다.
그의 성공은 2009년 창업에 도전한 뒤 두 번의 실패 끝에 얻은 결과였다. 그는 "현재 시장보다 너무 빠른 서비스를 내놓거나 뒤늦게 진입해 실패했다"며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니 점점 시장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사업으로 제2창업 도전
그는 리본즈 코리아 최고기술경영자(CTO) 자리를 마다하고 지난해 초 '바이탈힌트'를 창업했다. 고지혈증로 쓰러진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식이요법을 연구하다 헬스케어 분야에 뛰어들게 된 것. 그는 "특정 질환에 대해 TV에서는 마늘이 좋다고 하고 인터넷에서는 오히려 안 좋다고 하는 등 영양정보가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가 다음달 출시할 예정인 헬스케어 앱 '해먹남녀'는 영양정보 서비스다. 예컨대 당뇨질환자가 특정 재료를 검색하면 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은 무엇인지부터 요리법 영양정보 등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도 제공한다. 바이탈힌트는 서울대 보건영양학 석사를 영입해 영양정보를 통일·체계화하는 데 꼬박 1년을 투자했다. 바이탈힌트의 서비스는 삼성 갤럭시S6의 'S-헬스' 파트너 앱으로 들어갔다.
그는 "다들 '한국에선 헬스케어로 돈 벌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5년 동안 플랫폼 사업하면서 돈 버는 방법을 배워 자신 있다"며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말한 것처럼 '많은 헬스케어 서비스 중 하나'가 아닌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정지웅 대표는 바이탈힌트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주최하고 KDML이 보육하는 '소프트웨어 전문 창업기획사' 지원을 받고 두번째 창업 성공에 도전하고 있다. 씨엔티테크가 지난 5일 개최한 '스타트업(초기기업) 투자인의 밤'에도 참가해 투자확보 및 글로벌 진출 등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