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객을 대신해 줄을 서서 특정 상품을 구해주는 일명 '줄서기 알바'라는 신종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 불황 속 '작은 사치'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중저가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생긴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 사진=뉴스1
# 지난달 20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유명 스포츠매장. 다음날 오전 10시30분부터 한정수량으로 발매되는 운동화 '조던4 오레오'를 구매하기 위한 장사진이 펼쳐지고 있었다. 김모씨(29) 역시 해당 운동화를 대신 사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받고 줄서기에 참여했다. 김씨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실시간 인증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운동화를 손에 넣은 김씨는 모두 17시간30분여를 일한 대가로 21만원을 받고 운동화를 성공적으로 전달해 보너스 6만원을 챙기는 등 총 27만원을 받았다.
최근 고객을 대신해 줄을 서서 특정 상품을 구해주는 일명 '줄서기 알바'가 신종 아르바이트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불황 속 '작은 사치'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중저가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생긴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12일 한 줄서기 대행 전문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줄서기 알바' 거래가 5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도 줄서기 알바를 해주겠다는 글이 지난달에만 20여건이 등록된 상태다.
줄서기 알바를 통해 비교적 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시간당 1만2000원에서 계약이 이뤄지는 가운데 5시간 미만은 1만5000여원을 받고, 그 이상은 1만2000여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실내 줄서기는 1만원, 실외는 1만5000원에 거래되는 등 줄서기 장소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한정판 마니아 고객의 요청을 만족시켰을 시 보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줄서기 알바 경력 3년차라는 김모씨(26)는 "10시간 이상은 친구와 같이 가서 교대해야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다"며 "종종 화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앞 뒤 사람과 얼굴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며 노하우를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한히 기다릴 수 있는 강철체력과 인내심"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줄서기 알바의 배경에는 일명 '작은 사치'가 소비의 한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장기 불황으로 외제차나 명품 등에 투자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면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정된 예산에서 작은 사치를 인정하면서 특정 품목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알바까지 고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유행하는 한정판을 구매하고 특정 집단에 소속됐다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고 말했다.
그러나 특정 상품에 대해 펼쳐졌던 줄서기 알바가 사회전반에 걸쳐 성행하면서 일종의 편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2013년 12월 사립유치원 접수를 위해 학부모 최모씨(36·여)가 줄서기 알바를 고용하는 등 유치원이나 아파트 분양 등에서도 줄서기 알바가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가족 중 한 사람이 줄을 대신 맡아주다 여러명이 한꺼번에 끼어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줄서기 알바도 이같은 방향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예약을 통해 방지하거나 현장에서 줄을 선 사람이 아니면 물건을 구입할 수 없게 하는 등 사전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