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봄은 매화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산수유·벚꽃으로 이어지며 훈훈한 봄바람을 위로 위로 밀어 올린다. 하얀 매화 언덕과 노란 산수유 언덕으로 봄빛이 흐드러진 곳, 광양·구례로 간다.
광양매화축제.
◆ 광양매화축제
꽃샘추위를 타고 오는 것이 매화다. “아직 아침 저녁이 쌀쌀해”라며 봄을 망설이는 사이 섬진강변 언덕이 온통 하얗게 물든다. 그러니까 매화는 다른 꽃이 피기 전에 가장 먼저 피어나 봄을 알리는 꽃이다. 일찍 피는 조매,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로 부르는 것처럼 매화는 겨울이 채 끝나기 전에 피어난다. 3월에 눈을 뿌려도 그 눈 속에서 보란 듯이 피어나 은은한 매향을 풍기니 예부터 절개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군자에도 등장하고 기생 이름에도 많이 쓰였다. 선비들도 좋아했고 여인네도 좋아한 꽃이다.
광양매화축제는 올해로 18회를 맞는다. ‘봄 매화, 여름 매실로 우리 함께 힐링합시다’라는 주제로 3월14일부터 22일까지 섬진강 하류, 백운산 자락 섬진마을에서 열린다. 이곳에 매화나무 10만그루가 있다. 꽃 소식을 듣고 달려가면 원래 이 언덕이, 이 나무가 이랬었나 싶다. 축제를 맞은 매화언덕을 보고 있자면 매화가 피지 않은 풍경을 상상하기 어렵다. 참으로 갑작스럽게 피어나고 뒤끝 없이 지는 것이 봄꽃이다. 언덕을 꽤 올라가야 하는데 꽃구경에 취해 힘든 줄을 모른다.
주요 축제의 장은 청매실농원이다. 5만평 농원이 하얗게 물든 모습은 가슴 뛰게 황홀하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매화는 하얀 꽃에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복숭아꽃처럼 붉은 홍매화, 그리고 눈부시게 하얀 백매화다. 열매는 꽃과는 달리 청매·황매·금매로 나뉜다. 청매화는 축제기간에 절정을 이루고 이어 홍매화·금매화가 번갈아 피며 4월 초까지 매화를 볼 수 있다.
농장에는 주인이 30년 동안 수집한 1800여개의 오래된 항아리가 있다. 이들이 하얀 매화꽃과 어울린 모습 또한 볼거리다. 매실농원을 다니다 보면 원두막과 시비, 초가집 등이 있는데 이곳이 ‘청매실농원 문학동산’이다. 박태상, 윤동주, 정채봉, 김승옥 등 이 고장 출신 문인들을 기념하는 공원으로 다리도 쉴 겸 시비 앞에서 좋은 글귀도 읽어보고 매화교를 건너며 꽃놀이와 시흥에 취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여기가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포인트이고 영화 <취화선>, <천년학>, 드라마 <다모> 촬영지이기도 하다.
특별히 이번 축제 때는 광양매화문화관을 개관한다. 체험실과 휴게공간, 매실농원 역사관, 전시관 등으로 구성된 매화문화관 개관식은 축제 첫날인 14일에 열린다. 또한 일찍부터 전국에서 매화 개화상황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 매화축제 사이트와 청매실농원 홈페이지에서는 3월부터 개화상황을 공지하기 시작했다.
산수유 꽃길
◆ 구례산수유꽃축제
산수유꽃 축제는 매화축제와 일주일 간격을 두고 열린다. 구례 산동면에는 11만7000그루의 산수유 나무가 있으며 축제는 올해 16회를 맞았다.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리는데, 매화축제와 날짜가 겹치는 21·22일 주말에 가장 많은 여행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화가 섬진강 강변에 있다면 산수유 마을은 지리산 자락에 있다. 축제 행사는 온천지구에서 열리지만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들은 상위마을까지 올라간다. 상위마을에 가까워 올수록 꽃망울을 터트린 노란 산수유꽃나무들이 길을 따라 보이기 시작하고 드디어 계곡에 이르면 온통 노랗다. 도시 아이들은 멀리서 보고 ‘개나리꽃 같은데?’ 할지 모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모양이 전혀 다르고 색도 조금 더 진하다.
산수유는 열매와 꽃 색이 모두 화려하다. 노란 꽃을 보면 빨간 열매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붉은 산수유 열매를 시에서 읽은 듯하다.
'…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옛 교과서에 실렸던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다.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로 시작하는 유명한 광고문구 역시 산수유 열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에서도 광고에서도 산수유는 몸에 참 좋은 열매다. 간과 신장을 보호하고 회춘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열매로 붉게 물드는 계절은 가을이고, 봄에는 노란 꽃 세상이지만 산수유마을까지 와서 그냥 가기는 아쉽다. 산수유꽃차, 산수유술, 산수유즙, 산수유를 넣은 음식 등을 맛보고 같은 기간에 한창이라는 고로쇠약수를 먹고 지리산 온천 목욕까지 하면 이보다 완벽한 여행이 없겠다.
축제장에는 산수유문화관도 있다. 산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제품을 구경할 수 있으며 구입도 가능하다. 전시관 바깥으로 공원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고 사진 찍기도 좋다. 축제 기간 중에는 이곳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청매실농원 문학동산.
◆ 화개장터와 벚굴, 다슬기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
그 유명한 조영남의 ‘화개장터’다. 사실 광양은 행정구역상의 구분이고 매실농원은 하동에 가깝다. 산수유마을은 구례에 있으니 두 축제가 만나는 곳 또한 화개장터라 할 수 있겠다. 지난 가을 화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모든 상인이 힘을 합쳐 복구가 마무리 중이다. 재개장은 오는 4월3일이지만 이미 영업 중인 가게도 많으니 언제든 들러도 좋다. 원래 화개천이 섬진강으로 합류하던 곳에 열리던 5일장이었고 지금은 약재시장으로 유명하다. 과연 전라도와 경상도의 귀한 약재들과 달여 먹기 좋은 열매, 풀, 뿌리와 원액, 청, 차 등 지리산의 정기와 농민들의 정성이 깔끔하게 손질돼 여행자를 기다린다.
이 시기에는 축제장이나 시장에 벚굴이 많다. 섬진강 끝자락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2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이다. 보통 굴보다 10배 이상 커서 식당 앞에 껍질을 높이 쌓아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고 발을 멈추게 하고 결국은 맛보게 만든다. 주로 화덕에 껍질째 구워먹는데 보통 굴보다 맛도 영양도 뛰어나고 벚꽃 필 때 먹는다고 해서 벚굴이다.
다른 하나는 다슬기다. 다슬기는 청정일급수에서만 자라는데 바로 섬진강이 그 서식지니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해장국·수제비로도 좋고 구운 김에 밥을 싸서 다슬기 장을 찍어 먹는 것도 일품이다. 그러고 보니 매실, 산수유, 고로쇠약수, 벚굴, 다슬기에 화개장터 약재까지…. 이번 여행은 꽃놀이에 보양까지 눈과 몸이 호사롭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든든히 준비한 기분이다.
● 여행 정보
☞ 광양매화축제(매실농원)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익산포항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용방교차로에서 ‘구례, 지리산 국립공원’ 방면으로 우측 방향 - 산업로 - ‘화동, 화엄사, 마산, 토지’ 방면으로 우측 - 구례로 - ‘광양’ 방면으로 우회전 - ‘광양, 운천리’ 방면으로 좌회전 - 남도대교로 - ‘금천리’ 방면으로 우회전 - 대청길 - 계동길
[대중교통]
광양읍터미널 - 금호고속 임시버스
☞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광양매화축제: 검색어‘광양매화축제’, ‘섬진마을’ /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지막1길 55
구례산수유꽃축제: 검색어 ‘구례산수유꽃축제’ /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노고단로
산수유문화관: 검색어 ‘산수유문화관’ /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상관1길 45
화개장터: 검색어 ‘화개장터’ /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탑리
광양매화축제
http://www.gwangyang.go.kr/gymaehwa
기간: 2015년 3월 14일 (토) ~ 3월 22일(일)
장소: 광양시 다압면섬진마을
문의: 061-797-3714
특별 이벤트 - KBS 전국노래자랑 광양시편 3월 14일(토) 오후 1시 ~ 오후 2시 30분 / 광양실내체육관
청매실농원 http://www.maesil.co.kr
구례산수유꽃축제
기간: 2015년 3월 21일(토) ~ 3월 29일(일)
장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
문의: 061-780-2726
화개장터
문의: 055-880-2383
구례문화관광
< 음식 >
섬진강: 다슬기 탕, 수제비, 전 등 다슬기 전문점이다. 깔끔하고 기본에 충실하여 다슬기 맛을 잘 살렸다.
다슬기탕 6000원 / 다슬기 수제비 6000원 / 다슬기 전 1만원 / 산수유술 6000원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파도리 851-2 / 061-781-9393
< 숙소 >
지리산 리틀프린스펜션: ‘굿스테이’로 지정된 숙소로 합리적 가격에 깔끔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객실가격: 4만 ~ 25만원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521-4 / 061-783-4700
머니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