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주도로 올해 말 공식 출범할 예정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큰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 격이어서 영국의 참여 방침에 미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재무부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영국이 AIIB에 가입할 계획"이라며 "창립 초기 AIIB에 참여하는 게 영국과 아시아의 투자 및 공동 성장에 비할 바 없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은 이달 말쯤 AIIB에 이미 참여하기로 한 나라들과 합류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미국은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영국의 AIIB 참여 방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영국의 AIIB 참여는) 사실상 미국과 어떤 상의도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G7이 AIIB와 관련한 접근법을 모두 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돌연 AIIB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G7 국가 가운데 AIIB에 참여 의사를 밝힌 나라는 영국이 처음이다.
AIIB는 지난해 10월 21개국의 서명으로 설립이 인정됐다. 500억달러에 달하는 초기자본금 대부분을 중국이 출자했다. 이후 참여국은 영국까지 28개국으로 늘었다. 참여국들은 논의를 통해 합의안을 만든 뒤 올해 말 은행 출범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AIIB는 과거의 '실크로드'처럼 중국 베이징에서 이라크 바그다드까지 철도 직통노선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게 설립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AIIB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ADB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중국은 AIIB를 통해 국제금융기구를 장악한 서방의 영향력을 견제한다는 복안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ADB 내에서 자국의 지분을 경제 규모에 걸맞게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ADB에서는 일본이 가장 많은 1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지분율도 15.6%나 되지만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지분율은 5.5%밖에 안 된다.
중국은 AIIB 외에 신흥국 대표주자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차원에서 내년에 신개발은행(NDB)도 설립하기로 했다. '브릭스판 세계은행'인 셈이다. 자본금 목표는 1000억달러다. 이와 별도로 1000억달러 규모의 위기대응기금도 설치하기로 했다. '브릭스판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중국은 또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통합 지원을 위한 400억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세계은행, IMF 등 기존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중국의 패권 확대에 대한 경계감으로 우방들의 AIIB 합류를 견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