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누구야! 어느 집의 자식이야!"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이른바 '벨튀'는 누구나 해 봤을 만한 어릴 적 추억이다. 구석에 숨어 조마조마하다 초인종을 눌렀을 때 느끼는 쾌감은 '벨튀'가 아니면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고 초인종이 사라지면서 다 옛날이야기가 됐다.
한국민속촌의 명물 '이놈 아저씨' 윤태영씨는 이 옛날이야기를 되살려냈다. 나무로 만들어진 파란 대문은 그가 차려 놓은 '타임머신'이다. 1970년대 아저씨 복장으로 나타나 '벨튀범'들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그의 모습에 관람객들은 웃음바다가 된다.
14일 한국민속촌에서 만난 윤씨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22살 청년이었다. 요즘 부쩍 늘어난 인기를 실감한다는 그는 "'벨튀 아저씨다'라고 알아보는 관람객도 있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씨의 인기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이다. 한바탕 호통을 쳐도 금세 초등학생 열 댓명이 그를 둘러싼다. 덕분에 그의 대문 초인종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불이 나도록 울린다. 윤씨는 "초등학생 1명이 40번 누르는 경우도 있다"며 "(초등학생들은) 아무래도 통제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웃지 못할 비화도 많았다. 윤씨는 "한 번은 벨 소리가 들려 나갔더니 할아버지가 계셔서 당황했다"며 "그래도 할아버지께서 콩트를 잘 받아주셔서 '할아버지가 왜 그러시오'라고 호통을 치면서 재밌게 넘겼다"고 미소를 지었다.
넘치는 인기 뒤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었다. 윤씨는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5시간 동안 큰 목소리를 내야 하니 목이 아프다"며 "도망가면 잡으러 뛰어 가야 하니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다. '꿀알바'는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놈 아저씨'는 태생부터 남다른 역할이었다. 직접 캐릭터를 구상했다는 윤씨는 "이순재씨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보여준 까칠한 연기와 개그맨 박명수씨의 유쾌한 호통을 결합해 만들어 봤다"며 "의상도 예전에 입던 무대 의상을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놈 아저씨'는 희극배우를 꿈꾸는 윤씨와 꼭 맞는 역할이기도 하다. 앞서 안톤 체홉의 작품 '곰'을 비롯해 여러 창작극에서 익살스러운 역할을 도맡은 그는 웃음을 선사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배우 고창석 같은 '감초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이제 윤씨는 '이놈 아저씨'에서 은퇴해 새로운 역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날 열린 한국민속촌 아르바이트생 오디션 '조선에서 온 그대'에서 '악동 양반' 변신한 그는 "어딜 양반을 똑바로 보느냐"며 시원한 호통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놈 아저씨' 역을 떠나는 윤씨는 마음은 편치 않다. 바로 초등학생들 때문이다. 그는 "사실 '벨튀'는 하면 안 되는 것이니까 무섭게 하고 싶었다"며 "나는 가짜로 혼내지만 현실에서 '벨튀'를 정말 혼난다"고 당부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