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크리에이터 '도티' 나희선씨(30)./ 사진=김종훈 기자
"구글보다 꿈의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목표는 유튜브의 양현석이 되는 겁니다. 크루들을 모아 유튜브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희선씨(30)는 매일 일이 즐겁다. 많아야 5시간을 자지만 아침이 가뿐하다. 일을 시작한 지 1년반밖에 되지 않았다. 수입은 또래 대기업 사원보다 5~6배 많다. 나씨의 직업은 '게임 크리에이터'다.
게임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플레이한 게임 영상을 인터넷에 공유해 돈을 버는 신종 직업이다. 나씨가 주로 플레이하는 게임은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다. 2013년 '도티'라는 별명으로 시작해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0만명에 이른다. 나씨가 올린 동영상 조회수는 1억3553만건에 이른다.
◇'게임 마니아' 연대 법대생, '법조인' 마다하고 '유튜버'의 길로
나씨의 원래 목표는 법조인. 연세대 법학과 출신인 나씨는 로스쿨 진학을 희망했다. 하지만 하루에 6~7시간씩 앉아 책을 봐야 하는 생활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PC방에 38시간 동안 눌러앉아 있을 만큼 나씨는 '게임 마니아'였다.
나씨는 로스쿨을 포기했다. 예비법조인에서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됐다. 이력서 앞에서 머리를 싸매던 나씨는 유튜브를 떠올렸다. 취미인 게임도 하고, 특이한 스펙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당시 유튜브에서는 '마인크래프트'가 '붐'을 일으키고 있었다. 단순한 술래잡기부터 농사와 전쟁까지 모든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인크래프트의 장점. 10대들 사이에서는 게임을 넘어 문화가 된 지 오래다.
나씨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마인크래프트'를 안 보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들을 타깃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KBS 2TV의 인기 예능 코너 '위험한 초대'를 모티프로 삼아 제작한 영상이 조회수 50만건을 기록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전직 아나운서 '퀸톨', 미술 강사 '쁘띠허브' 등의 유튜버 크루들과 함께 1300여개의 동영상을 제작, 편당 평균 조회수 10만건 이상을 꾸준히 뽑아냈다.
나씨에게 첫 성공을 안겨다 준 콘텐츠 '위험한 초대'의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예능 CEO'로 변신…성공 비결은 "1년만 미쳐라"
나씨의 성공 뒤에는 그만한 노력이 있었다. 나씨는 수시로 크루들과 회의를 하고 기획안을 짠다. '마인크래프트' 월드를 설계하는 데에도 2~3일이 걸린다. 영상을 녹화하고 편집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콘텐츠 제작에 최대 3개월이 소요된다.
나씨는 "방송사 예능국과 비슷한 일을 한다고 보시면 된다"며 "편집 때문에 새벽 4시에 자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나씨는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MCN(멀티채널네트워크) 법인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MCN은 여러 유튜버들과 연대해 하나의 매체를 만들고 조회수, 구독자 수 등을 앞세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조회수는 월 평균 4000만건, 최대 5500만건 이상이다. 이는 '상속자들', '무한도전', '기황후', '비밀', '런닝맨' 등 TV프로그램들의 VOD(다시보기) 조회수를 넘어선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11~12월 이들 프로그램의 VOD 총 조회수는 5184만건이다.
투자자들은 샌드박스네트워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이미 여러 곳에서 투자 제의가 들어왔으며 한 대형 게임업체는 협업을 제안했다.
나씨는 성공 비결로 '재미'와 '모험 정신'을 꼽는다. 나씨는 "내가 재밌어 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공감하는 사람이 분명히 생긴다"며 "처음엔 '뭐하냐'며 핀잔을 주던 친구들도 이제는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확신이 있다면 한 번쯤 다 던져보고 1년간 미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