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프트랩의 '보틀스마트디바이스(Bottle Smart Device) 따르링' (제공: 대홍기획)
"이모~ 여기 '처음처럼' 한 병 더 주세요~."
지금 막 누군가에게 막잔을 따른 빈 '소주병'이 탁자 바닥에 닿기 무섭게 식당 종업원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어느새 탁자 위로 배달된 소주 한 병이 또 다른 누군가의 잔에 콸콸 채워진다. 분위기가 달아오른 것을 눈치 챈 소주병은 한층 들뜬 목소리로 외친다. "오늘 달리는 거야~! 원 샷! 원샷!"
고깔 같은 모자를 걸쳐 쓴 이 소주병의 정체는 대체 뭘까. 기울임을 인식하는 자이로센서가 남은 술의 양을 측정하고 술을 마시는 이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수백 개 문장을 담고 있는 이 물건은 쉽게 말해 주류계의 웨어러블(Wearable)이다.
대홍기획이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이노베이티브&크리에이티브 쇼(Innovative & Creative Show)'에서는 웨어러블 소주병과 같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마케팅 아이디어와 캠페인 전략 등이 소개됐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바일을 연결한 개념인 옴니채널(Omni-Channel)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홍기획이 마련한 자리다. 관련업계 종사자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 35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말하는 소주병은 일반적인 소주병의 윗부분에 고깔과 비슷한 모양의 도구인 '따르링'이 장착돼야 기능을 한다. 드론에서 사용하는 자이로센서와 가속도센서 등을 활용한 소프트웨어(SW)가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음성 서비스를 지원한다. 무작위로 소주병에 대고 질문을 하면 역시 무작위로 대답이 튀어나와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면 술을 마시며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따르링'을 만든 다프트랩의 한상구 실장은 "이 기기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해 사람들 간 관계형성을 용이하게 해 주고자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 화면에 원하는 상품의 광고화면이 나오고 상품 추천까지 해 주는 바이널아이의 '얘기하는 냉장고'도 소개됐다. 냉장고와 투명디스프레이가 결합된 냉장고 문은 터치스크린, 거리 감지센서, 도어 손잡이 센서, 도어개폐 센서 등 4가지 센서가 탑재된 하나의 술루션으로, 이 자체가 광고에 활용됐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도 놓치지 않는 아이디도 눈에 띄었다. 디자인피버는 디지털 캔버스 기술을 활용해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얼굴을 스캔해 3D 디지털 캔버스에서 ‘원두 아트(BEAN ART)’를 선보였다 세상에 하나 뿐인 '작품'은 사용자들의 핸드폰으로 전송할 수 있다.
대홍기획은 이 같은 새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광고시장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옴니채널 강화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입-체험-공유’로 이어지는 옴니채널 환경에서 디지털 기술이 브랜드와 소비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진 대홍기획 디지털마케팅본부장은 "옴니채널 시대가 되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전통과 새로운 미디어가 통합하는 통합마케팅(IMC) 전략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디지털 광고·마케팅 시장은 상당히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디지털 광고비는 2014년 2조9320억원, 2015년에는 3조36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광고가 대한민국 광고비에서 차지하던 비중도 2011년 20%에서 2015년에는 30%대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광고대행사 오길비, BBDO 등은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이노베이션 랩(Digital Innovation Lap)’을 신설했고 광고회사 영앤루비콤은 글로벌 이노베이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홍기획은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한 마케팅을 구현하기 위해 주목받는 스타트업, 국내·외 대학생 그룹 등 다양한 회사들과 협력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쇼에 참여할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쥔 12개 업체 중 3곳이 스타트업이다.
박선미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솔루션 본부장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디지털 회사와 판로를 연결하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허브로써 국내 광고·마케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