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를 발판으로 되살아난 일본기업들이 한국에서 인재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경기호전으로 인력부족 현상이 생겨나자 해외 인력, 특히 다른 나라 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어 능력, 적응력, 컴퓨터활용 능력 등이 우수한 한국 인력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 대기업들도 국내 해외유학생을 채용해 교육한 이후 해외에 내보내는 실험에 나섰다. 채용시장에서는 국가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이 한국 헤드헌팅업체와 계약을 맺거나 KOTRA,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이 주최하는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한국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엔저를 앞세워 활기를 되찾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기존 전문직이나 경력직을 넘어 청년층 구인에도 적극적이다. 일본 기업들은 자국의 대학을 돌며 한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개최할 뿐 아니라 국내 채용박람회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외국인 구인배율은 2012년 0.82배에서 2014년 12월 기준 1.15배로 40% 이상 증가했다. 구인배율은 일자리수를 취업희망자수로 나눈 것으로 1을 넘어서면 구직자에 비해 일자리가 남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KOTRA 주최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5 글로벌취업상담회'에는 무려 96개 일본기업이 구인기업으로 등록했다. 매출 8조엔대의 종합상사인 스미토모에서 매출액 32억엔의 술제조업체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일본 참가기업수가 지난해 53개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주로 정보기술이나 서비스분야 일본 기업들이 국내 인력을 선호한다. 닛산, 마루베니, 스미토모 등 대기업 역시 한국 인력 채용에 적극적이다. 채용수요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기술·연구개발 등 이공계 쪽에 몰리지만, 영업·구매·사무보조 등도 함께 채용하고 있다.
국내 취업준비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번 행사에만 약 6000여개의 이력서가 사전 접수됐다. 교환학생 등 일본유학 경험이 있거나, 일본기업이 요구하는 JLPT(일본어능력시험) N1(최고레벨) 수준의 실력을 갖춘 취준생들이 대거 몰렸다. 현장에서 1000여명이 면접을 봤고, 이중 300명 가량이 취업에 성공할 것으로 KOTRA는 추산했다.
이훈 KOTRA 글로벌취업팀 과장은 "일부 일본 기업은 신규 채용의 20~30%는 외국인 채용인원으로 따로 배정하는 등 해외 인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한국 인력을 채용,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일본 기업의 수요가 높은 편이며, 일본인들과 똑같은 조건에 채용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국내의 외국인 유학생들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는 주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마케팅·영업, 품질·생산기술, 경영지원 등 분야의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유학생들은 1년간 국내에서 직장 내 교육훈련(OJT)을 받은 뒤 출신 국가 법인으로 입사해 근무하게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체류 유학생들은 한국어, 영어, 모국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한 경우가 많아 본사의 기업문화를 전수하고 현지에서 소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들이 향후 각 법인에서 핵심 인재로 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취업분야 전문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도 인력들이 두각을 보이듯이 기업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은 업무능력이지 국적이 아니다"며 "취업난에 시달리는 취준생들에게 해외취업은 또 하나의 기회"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