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누텔라 보이스'라는 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준호 씨는 '패러디 더빙 크리에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유튜브
중독성 강한 맛으로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난다는 초콜릿 '누텔라'. 이보다 더 달달하게 사람들의 귀를 끌어당기는 목소리가 있다. 주인공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서 '누텔라 보이스'라는 별명으로 활약하고 있는 더빙 크리에이터 유준호씨(26)다.
'더빙 크리에이터'는 영화, 만화, 광고, 게임 등이 흘러나오는 동영상 위에 목소리를 덧입혀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새로운 직업이다. 유씨는 '패러디 더빙'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유일하게 활동 중이다.
새로운 직업을 찾은 유씨가 '더빙 크리에이터'가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취업이 하기 싫어서"였다.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씨는 취업을 미루다가 "졸업 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지난해 영상 제작에 뛰어들었다.
재밌자고 만들어 올린 콘텐츠에 하나둘씩 유입자가 생기고 입소문을 타면서 온라인상에서 유씨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유씨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은 24만 여명에 이르고 페이스북 팔로워수는 52만 명을 넘어섰다.
더빙 작업 초기, 한집에 사는 부모님은 방안에 틀어박혀 녹음에 몰두하는 유씨를 이해하지 못했다. 한창 취업에 힘을 기울여야 할 아들의 '딴 짓'을 마냥 지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유씨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영상 앞에 붙는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이 생겨나자 가족들도 유씨의 재능을 인정했다.
유씨의 번뜩이는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은 또 있었다. 유씨는 최근 CJ E&M이 운영하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네트워크 '크리에이터 그룹'의 일원으로 계약을 맺고 매니지먼트를 받고 있다. CJ E&M이 외주 광고 등을 소개하면 협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식이다. 이렇게 얻는 총 수익이 매달 수백만 원에 이르자 유씨는 취업을 포기하고 '딴 짓'을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2월부터 유씨가 만들어 올린 '더빙 패러디' 창작물은 현재까지 약 350개다. 이 중 조회수 10만건을 돌파한 동영상은 80여개에 이르고, 유씨를 '유튜브 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대표작 '노랑걸레'와 '사무라이 칼'은 150만 뷰를 기록했다.
유씨의 영상에는 특유의 '말맛'이 생동한다. 예컨대 '노랑걸레'에는 배우 이선균을 떠올리게 하는 중저음 목소리에 귀가 기울여진다. 하지만 콘텐츠의 핵심은 영상의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는 익살스런 상황 설명과 허를 찌르는 애드리브다. 원래 걸레를 판매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2분짜리 광고는 유씨의 목소리가 더해져 코믹 영상으로 재탄생했다.
매일 1~2개씩 올리는 콘텐츠를 위해 유씨는 기획부터 연출, 녹음, 편집, 음악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한다. 2분짜리 영상 하나를 더빙하는데 보통 2~3시간 걸린다. 아이템을 선정하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애드리브를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더빙하고, 대사가 너무 길면 한 문장씩 따로 녹음해 이어 붙이기도 한다.
현재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유씨는 보통의 20대 청년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분투하는 대신, '더빙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유씨는 "언제 인기가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으며, 각자 인생의 정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