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의 '박카스 아줌마' 단속으로 노년층 성매매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관악산이나 북한산 등 노인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이른바 '산새 아줌마' '들병 아줌마' 등 노년 여성의 성매매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1
"이제 봄이니까 들병 아줌마들 나올 때 됐지. 등산객이랑 행색은 똑같은데 술 한 잔 마신 할아버지들 상대로 커피랑 술을 팔아. 으슥한 데 가면 브래지어만 입고 유혹하는거야. 커피 마시라는 소리에 돌아보면 다 그 여자들이야." (관악산에서 만난 등산객 A씨)
"북한산 송추계곡 쪽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와서 신발을 사라고 해. 척 보니까 기능성 신발인데 25만원을 부르는거야. 왜 이렇게 비싸냐고 했더니 '과하게 비싼 부분은 다른 특별한 서비스로 보상해 줄게'라고 하더라구. 몸 팔려는 속셈 아냐." (북한산 등산객 B씨)
최근 경찰의 '박카스 아줌마' 단속으로 노년층 성매매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유명 등산코스인 관악산이나 북한산 등지에서 이른바 '산새 아줌마' '들병 아줌마' 등 노년 여성의 성매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지난 4일 서울 시내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등산코스인 관악산과 북한산, 도봉산 일대에서 다수의 등산객과 상인들을 만나본 결과 최근까지도 노년층 성매매를 목격했다는 진술이 많았다.
관악산 광장휴게소의 한 상인은 "40~50대 정도 되는 들병아줌마들이 숫자는 많진 않은데 매일 점심시간 이후로 나온다"며 "소주나 맥주 한 병에 만원씩 팔면서 할아버지들을 만져 주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객 황모씨(80)는 "매표소 근처에 종이박스를 깔아 놓고 와서 앉으라며 유혹하는 60~70대 정도 되는 여성을 봤다"며 "여름에 산 어딜 가도 잘 안 보이도록 풀이 우거지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61~70세 성매매 사범은 2012년 481명에서 2013년 426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014년 818명으로 크게 늘었다. 71세 이상 성매매 사범은 2012년 111명에서 2013년 66명으로 줄었다가 2014년 184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노인성매매 문제의 원인으로 노인빈곤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을 꼽았다.
이금애 팔달문 여성문화센터장은 "최근 공론화된 종로 일대의 박카스 아줌마 뿐만 아니라 산으로 찾아와 노인들과 성매매 하는 '산새 아줌마' '다람쥐 아줌마' 등도 생겨나고 있다"며 "중국에서 온 외국인 여성들도 노년층 상대 성매매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관계자는 "생계형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도 많다"며 "자녀가 모르게 비밀리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녀들이 알고 있는데도 직업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속 일변도의 대응은 풍선효과만 일으킬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정급 인사는 "경찰에 단속해 노인들을 성매매 혐의로 검찰에 넘기면 검찰은 고령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되면 할머니들 범죄 기록만 쌓이고 풀려나 성매매를 계속 하는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경찰이 단속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노년의 성, 노인층 빈곤문제에 대해 더 고민하는 등 사회 각층에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매매 금지주의라는 대원칙과 남성 노인들의 성욕 해소 채널이 없는 점, 여성 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엮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빈곤 문제의 해소, 노년층이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 개설 등 핵심부터 풀어나가야 한다"며 "단지 성매매라는 단편적 관점에서 대증요법으로 대응한다면 문제 해결에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