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론을 통해 도박, 경마, 로또 등 지나친 사행행위로 패가망신을 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행행위들 중에서도 우리 경제사회에 가장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부동산 투기가 아닐까 여겨진다.
복부인!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꾼의 대명사다. 우리나라 부동산투기의 역사는 1963년 강남지역개발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이재(理財)에 밝은 소위 강남복부인들이 전국을 누비면서 부동산가격을 천정부지로 뛰게 만들고, 그 와중에 자신들은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겼다. 옆에서 이를 보고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배 아프기도 한 이웃동네 아줌마들도 부동산투기 대열에 뛰어들었다.
그사이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줌마뿐만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투기꾼이 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전 국토는 투기장화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땅 투기에서 시작된 부동산투기는 점차 아파트 등 건물투기로까지 확산되어갔다.
지금도 이 부동산 투기광풍현상은 잠재워지지 않은 채 여전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수백 채의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고, 1000채 이상을 보유한 사람도 있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서 이런 많은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수많은 집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투기꾼들은 염치도 없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밥 먹듯이 한다. 또 보통사람으로서는 생각하지 못할 교묘한 방식을 동원해서 탈세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는 겉으로는 제조업을 한다고 신고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땅 투기에 골몰하는 곳도 꽤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가 바로 다름 아닌 세금회피를 위해서이다. 양도소득세를 덜 내려고 실거래가격을 속이고 훨씬 낮은 가격으로 거래한 것처럼 위장하는 소위 '다운계약서' 작성 행태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부동산투기로 부자가 된 이들이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전셋집과 월세 집을 전전하거나 쪽방촌에서 연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부동산투기 광풍으로 우리 경제사회는 깊이 병들어 가고 있었다. 그 실상을 살펴보자.
첫째, 경제를 위축시키고 물가불안요인이 되었다.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되어야 할 돈이 땅에 묶여버리게 되면 기업생산 활동에 필요한 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생산 활동이 위축된다. 더욱이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생산 활동에 필요한 돈을 못 구해서 도산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기업들은 투기로 인해 비싸진 땅값을 지불하고 공장용지를 확보해야 하므로 상품의 원가 상승요인이 된다. 따라서 물가도 자연적으로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부동산가격은 부동산 투기의 역사가 시작되던 1960년대 당시에 비하면 수백 배 이상 뛰었다.
둘째, 땅값과 집값을 상승시켜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놓았다. 만약 건설업자가 비싸진 땅값을 지불하고 아파트를 짓는다면, 아파트 분양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그만큼 비싼 대가를 치르고 아파트를 살 수 밖에 없다. 집 없는 서민들은 전세 집과 월세 집을 전전하며 집 없는 설움을 겪어야 한다. 이 경우 세를 놓는 주인은 자신도 비싼 대가를 치렀기에, 자연히 전세 값과 월세 값을 올리게 될 것이다.
셋째, 근로의욕상실과 소득격차심화 등 사회불안을 증폭시켰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불로소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되고 일할 의욕을 잃게 된다. 노조의 과다한 임금인상요구도 부동산투기와 관련이 있다. 이는 건전한 사회활동을 통해서는 경제적 부를 축적 할 수가 없다는 상대적 상실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보통 일반 근로자나 직장인들은 성실하게 일해서 벌어들인 빠듯한 급여로 생활도하고 저축도 하게 된다. 또 10년· 20년을 목표로 내 집을 장만하는 것이 작은 소망인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소박한 꿈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평생 이뤄질 수 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넷째, 경제운용에도 커다란 충격을 주고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는 특히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할 때 더 심각해진다. 거품 상태의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대출해 줬던 돈들이 거품이 꺼지면서 한 순간에 사라지게 되고, 수많은 부실채권들을 양산하게 됨으로써 금융도 덩달아 부실해 지게 된다. 결국 나라경제 전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다.
머니투데이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전 FIU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