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계획에 앞서 휴가계획을 제출해라."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 (6,800원 상승40 -0.6%) 황철주 대표는 최근 임원 및 팀장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이번 지시에 따라 이 회사 임원 9명을 비롯해 35명의 팀장들은 한 달 동안의 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14일 주성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창립 20주년을 맞은 올해 황 대표의 지시로 임원 및 팀장 등 4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강제적으로 리프레시(재충전) 휴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기술개발 및 영업활동 등 이유로 제대로 휴가를 활용하지 못한 이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부여한 것"이라며 "충분한 휴식을 통해 업무효율을 더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주성이 이 같이 '통 큰' 휴가를 실시키로 한 것은 창립 20주년인 올해 실적개선 기대감이 크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유진투자증권은 주성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62.4%와 304.4% 증가한 2305억원, 38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순이익은 301억원을 기록, 2010년 이후 5년 만에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성은 그동안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등 3개 장비 분야에 주력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들 분야가 모두 호황이었던 지난 2010년에는 매출액이 4234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이후 태양광 등 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2012년에는 영업적자가 매출액(800억원)보다 많은 838억원에 달했다.
주성은 이후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장비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업계 최초로 '공간분할증착장비'(SDP CVD)를 개발하고 SK하이닉스 등에 활발히 공급했다.
주성은 'SDP CVD' 등 반도체장비를 중심으로 최근 수주가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1분기에도 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3년 3분기 이후 7분기 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는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업황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간 기준 순이익을 올리며 본격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성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전 임직원이 밤낮할 것 없이 새로운 장비 개발에 매진했고, 그 성과가 최근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리프레시 휴가가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