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가셔서 1시간 내에 탈출해보세요.(웃음)"
자물쇠로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서 안대를 풀자 핑크빛의 화려한 인테리어의 방이 펼쳐진다. 작은 모니터에는 '최고의 여배우를 둘러싼 희대의 정치 스캔들'이라는 멘트가 나온다. 이 방 안의 단서를 조합해 1시간 내에 탈출해야 한다.
미스터리한 방의 설계자는 글로벌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연구소 출신인 김태윤(31) 코드이스케이프 대표다. 김 대표는 한국오츠카제약과 GSK에서 6년간 임상시험의 개발 및 관리를 담당했다.
코드이스케이프는 테마 룸에 갇힌 채 1시간 내에 탈출 혹은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는 '방탈출' 카페를 이달 초 강남 봉은사로에 개설했다. 참가자는 숨겨진 힌트나 정보를 수집해 암호를 풀어야 한다. 단계별로 파파라치, 탐험가의 집, 산업스파이, 키드냅, 동물원의 비밀 등 6가지 테마가 준비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GSK 싱가포르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방탈출을 처음 접했다.
김 대표는 "GSK는 팀워크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방탈출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한다"며 "5명이 방안에 들어가면 누군가는 리더, 추리 등 자연스레 자신의 역할을 맡는 한 팀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방탈출을 획일적인 조직문화가 강한 한국에 도입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이는 창업으로 이어졌다. 회식문화가 술자리보다 다양한 문화생활로 바뀌는 점도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의 방탈출 카페를 다니면서 차별화된 아이템을 구상했고, 올해 3월 GSK에 사표를 던지고, 법인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손님과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사업 성공의 열쇠"라며 "탈출을 못한 고객이 스포일러를 말하지 않고 또 찾아와 체험할 수 있는 재미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구상한 테마는 총 20여개다. 범죄현장, 산업스파이, '19금' 등 다양한 콘셉트 가운데 5개를 이번 카페에서 선보였다. 특히 대부분의 테마룸 아이템은 김 대표의 손을 거쳐 직접 제작됐다. "숨겨진 암호를 찾기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아이템을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코드이스케이프는 올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1억원의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받는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심사위원들에게 방탈출 장르를 설득하면서 고객과의 두뇌싸움을 강조함으로써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고 집중 설명했다고 한다.
현재 코드이스케이프는 이달 초 개장 이후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방탈출 확률을 묻자 김 대표는 "평균 10% 수준"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방탈출 카페를 팀워크 강화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모바일 방탈출 게임과 연계, 소비자층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