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스타트업이 망한다. 창업 후 1년 뒤 살아남을 확률이 10%도 안 될 정도로 실패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다. 자금 부족에서 시장조사 부족, 팀원 구성 문제 등등 딱히 한 두 가지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실패 이유는 너무 불명료해서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이에 스타트업과 소기업을 위한 온라인 뉴스 매체인 YFS 매거진의 창업자 에리카 니콜(Erica Nicole)은 사람들이 잘 언급하지 않지만 스타트업이 망하는 진짜 이유 5가지를 들었다.
1. 고된 노력 보단 대박 환상에 빠져 있다.
창업은 취직과는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lifestyle)을 요구한다. 우리는 창업이 가져다주는 대박 성공만 추켜세울 뿐 실패는 감추고 쉬쉬한다. 누구의 탓일까?
이러한 풍토는 다분히 미디어의 탓이 크다. 쉽게 빨리 돈 버는 대박 성공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 우리는 점점 거기에 중복돼 가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앱을 런칭하면 하룻밤새 대박(overnight success)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꿈꾼다. 어쩌면 우리 모두 화려한 무대 뒤 어둡고 힘든 모습을 보지 않고 회피하려는 잠재의식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스타트업 실패에 대한 진짜 이유를 얘기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망하는 진짜 이유는 이들이 대박만을 원할 뿐 그걸 이룰만한 노력과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고된 노력을 기울이기도 전에 대박 수익률을 먼저 따진다. 창업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이래서 망한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목적은 단지 돈을 좇는데 있지 않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게 기업가정신이다. 이런 열정을 따라가다 보면 성공하는 것이다.
2. 잘못된 아이디어에 집착, 방향 전환을 못 한다.
창업가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에 빠져 산다. 이를 비난할 순 없다. 이것이 창업이라는 도전에 나서게 하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디어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면 얼른 방향전환을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창업가는 어느 한 가지에만 신경을 쏟기 마련인데 예를 들면, 어떤 창업가는 기술 개발에만 치중하고 또 어떤 창업가는 오로지 매출에만 신경 쓴다. 이들 모두 균형 잡힌 모습이라 할 수 없다고 HBS Working Knowledge는 지적한다.
그리고 너무나 종종 창업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을 때 서둘러 방향전환을 하지 못하고 잘못된 아이디어를 붙들고 질질 끈다.
수익성이 없더라도 창업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너무나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회사를 유지할 만한 수익이 나지 않을 땐 아이디어를 수정하거나 아예 새로운 방향전환을 할 때다.
3. 모든 이들을 다 만족시키려 욕심낸다.
모든 이들을 다 만족시키려는 것은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시장은 가장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에 가장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 그저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선 그저 그런 가격만을 지불할 뿐이다.
회사의 자원과 인력을 여러 제품이나 서비스에 분산하게 되면 결국 각각은 최고가 아닌 그저 그런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만이 될 뿐이다.
4. 실패를 통해 배우려 하지 않는다.
혹시 성공한 창업가 중에 과거에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냥 지나쳐 버려라. 왜냐하면 이는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어느 수준이든 성공이라는 걸 얻기 위해선 어느 단계에선 실패를 맛보게 되는 게 필수다. 그 실패가 크든 작든 간에 상관없다.
성공한 창업가와 실패한 이들 사이의 분명한 차이는 실패를 어떻게 보고 대처하느냐로 구분된다. 어떤 창업가는 “내 생애의 가장 큰 실패는 나에게 가장 큰 학습곡선의 경험을 안겨줬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어떤 창업가는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을 때 난 또다시 창업을 한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봤다”고 말한다.
실패 자체가 창업가들을 다시 도전하지 못하게 막지 않는다. 실패에 따른 재정적 피해, 사회적 편견, 심리적 위축감 등이 창업가의 재도전을 막는 것이다.
5. 너무 서두른다. (걷기도 전에 뛰려 한다)
벤처업계엔 “크게 가라 아니면 그만 두고(Go big or go home)”이란 말이 떠돈다. 또 “빨리 움직여 깨 부셔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란 말도 많이 들린다.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말 뒤에 “실행은 점차적으로 해야 한다(execute incrementally)”란 전술이 담겨 있음을 간과한다.
빠른 성장은 듣기엔 좋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2011년 3200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 게놈 프로젝트(Startup Genome Project)의 조사를 보면 실패한 스타트업 가운데 70%가 시기상조(premature scaling)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시기상조라 함은 예를 들어 이용자 확충에 너무 빨리 너무 많은 돈을 쓰거나, 혹은 너무 많은 직원들을 시기적으로 앞서 고용하거나, 너무 빨리 너무 많은 자본을 투자받는 것 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자전거를 타야 하는 아이가 자동차를 몰겠다고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것도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에서.
스타트업이 너무 빨리 덩치를 키우게 되면 민첩함을 잃게 된다. 가령 처음부터 직원을 많이 고용하거나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과다한 투자를 하게 되면, 매몰비용의 함정(sunk cost trap)에 빠지게 된다. 이미 큰 규모로 투자한 건 회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제발 서두르지 말라. 어린아이처럼 처음엔 기고, 그 다음에 걷고 그 뒤에 뛰어라 (crawl, walk, and then 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