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가 다 돼 제주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김포행 7C 128 편은 착륙을 10여분 남기고 고도를 낮췄다. 좌석 위 천장에는 안전벨트 착용등이 켜졌다. 창밖으로 도로와 건물 불빛이 점점 많아지는 게 서울에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낮은 고도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수도권의 야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저기는 어디쯤일 텐데…"라고 짐작하지만 불빛만으로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 때 기내 스피커에서 승무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승무원은 왼쪽 창밖을 보라고 안내했다. 그리고는 안양과 과천, 관악산, 서울대학교로 이어지는 지상의 지형지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제 오른 쪽 좌석에 앉은 이들을 위한 차례. 승무원의 안내를 듣고 있자니 판교 신도시와 경부고속도로 판교톨게이트, 한강, 서울타워까지 눈에 들어온다. 운이 좋다면 과천 경마장에서 야간 경기를 하는 것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치 유람선을 탔을 때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과 같았다.
여행은 그때서야 진짜 끝이 났다. 그 어떤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운지에서도 하지 못할 경험이었다. 창가 자리에 앉은 게 행운이었다.
지난 16일 제주항공 7C 128 편에서 '야경 가이드'가 된 이는 오형식 승무원이다. 오 승무원은 제주항공의 '뷰티풀코리아' 팀 소속이다. 이 팀의 승무원은 직접 목소리로 현재 지나고 있는 상공의 주요 지점을 안내해준다. 이들은 제주발 김포행 항공기뿐 아니라 일본발 항공편에서도 일본어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뷰티풀코리아팀처럼 객실승무원의 재능을 살린 '특화 서비스팀'이 7개 있다. △카드나 꽃 등의 소품을 활용한 미술을 선보이는 '매직팀' △우쿨렐레와 마라카스 등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는 '딴따라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일 노선에서 승무원 체험을 제공하거나 게임 이벤트를 펼치는 '재펀(JAFUM)팀' △풍선 아트로 동물과 꽃을 만들어 승객에게 선물하는 '풍선의 달인팀' △어린이 승객에게 페이스페인팅과 캐리커처 등을 제공하는 '일러스트팀' △퀴즈와 가위바위보 게임 등을 해서 경품을 증정하는 '게임팀' 등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승무원이 자발적으로 팀을 만들어 시작한 것이 이제는 이렇게 자리를 잡았다"며 "참여하겠다는 승무원이 많고 승객들의 호응도 좋아 서비스 노선을 점차 확대하려는 계획에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