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마시는 술이라면 '제대로' 먹어보자고 생각했죠."
네이버의 제1대 맥주 파워블로거인 조민호씨(41)는 지금까지 230여종의 맥주를 '제대로' 마셔봤다. 이중 조씨가 꼽은 최고의 맥주는 '호주 쿠퍼스 스타우트'(Coopers Stout). '터프한' 맛에 반했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조씨는 "목을 타고 흘러내려간 흑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이 코끝을 타고 올라오면서 더욱 무겁고 강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많은 수입맥주를 마셔봤지만 조씨는 아직 배고프다. 조씨의 목표는 전 세계 4만종에 달하는 맥주를 모두 마셔보는 것이다.
조씨가 운영중인 블로그 'BeerKeg'는 네이버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맥주 파워블로그다. 2010년 처음 파워블로그에 선정된 이후 5년 내내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현재 약 1만2000명이 조씨의 블로그를 구독중이며 누적방문자는 83만명에 달한다.
세무법인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인 조씨가 네이버를 대표하는 맥주블로거로 거듭날 수 있는 비결은 '발품'이다.
조씨의 전문분야는 수입맥주. 2009년 블로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수입맥주는 이제 막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때였다. 전문가는 드물었고 인터넷에 떠도는 수입맥주 리뷰는 단편적인 감상에 불과했다.
수입맥주 관련 정보를 블로그 하나에 모두 담고자 계획한 조씨는 매일 마트내 맥주코너를 찾았다. 매달 대형유통매장 3곳을 선정해 용량별 가격부터 진행중인 행사까지 일일이 조사했다.
조씨는 "녹음기를 들고 매장을 둘러보며 기록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남겼다"며 "하루 최소 5시간은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은 매장직원에게 업체에서 나왔냐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발품을 판 효과는 톡톡했다. 조씨 리뷰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을 타자 블로그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초창기 연 8000명이었던 방문객은 개설 1년만에 연 9만명으로 10배가량 뛰었다.
차별화된 콘텐츠도 쌓여갔다. 2009년부터 매월 게시하고 있는 수입맥주 가격정보는 처음 30여종에서 2015년 2월 현재 297종으로 품목이 늘었다. 조씨가 마시고 리뷰를 작성한 수입맥주만 239종에 이른다. 수입맥주 행사 관련 정보도 60개를 넘어섰다.
조씨는 "수입맥주 관련 정보는 다른 맥주 블로그와 확연한 차이"라며 "열심히 발품을 팔다 보니 어느새 파워블로거가 돼 있더라"고 말했다.
파워블로거가 되니 좋은 점도 생겼다. 유명 호텔에서 봄·가을로 진행하는 맥주 행사에 초청받았고 수입 맥주사의 신제품 론칭 파티에 오라는 초대권도 빠짐 없이 날아왔다. 리뷰를 써달라며 보내오는 수입맥주만 한달 평균 1~2개. 조씨네 냉장고가 협찬받은 맥주들로 가득찰 정도다.
리뷰할 맥주 걱정을 덜면서 조씨는 블로그에 더 나은 사진을 담기 위해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를 장만했다. 집안 한켠엔 촬영을 위한 미니 스튜디오까지 설치했다.
파워블로거가 됐지만 발품까지 덜 순 없었다. 수입맥주 가격과 행사 정보는 발품으로만 완성되기 때문이다. 조씨는 "지금도 퇴근길에 마트를 들르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전 세계 맥주 4만여종을 모두 마셔보는 게 목표다. 조씨는 "힘이 닿는 데까지 블로그 운영에 땀을 쏟을 것"이라며 "훗날 내 블로그가 맥주 박물관과 같은 역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