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일베 어묵' 사진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세월호 참사 1주기가 가까워오고 실종자 가족들의 애끊는 고통도 만 일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희생자를 어묵에 비유해 재판에 넘겨지는 등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들의 반인륜적 만행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피해자 비하, 여성 혐오, 지역감정 조장. 이에 일베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베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운영중입니다. 일베 폐쇄, 안 하는 걸까요 못 하는 걸까요.
20일 인터넷 사이트 규제를 맡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했습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심각한 만큼 (폐쇄 관련) 논의를 한 적은 있지만 폐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방통위에 따르면 명확하게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경우는 해당 사이트가 범죄목적으로 개설된 경우에 한합니다. 음란과 도박, 범죄교사 사이트 등이 그렇습니다.
목적이 범죄가 아닌 사이트에 범죄의 소지가 있는 글이 올라온다면, 사이트의 각 메뉴나 게시글을 규제한다고 합니다. △음란 △명예훼손 △사이버스토킹 △해킹, 바이러스유포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의무 위반 △도박 △국가기밀 누설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관련 정보 등이 대상입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적이고 유해한 내용의 게시물 비중에 의해 사이트 폐쇄를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일베같은 경우는 전체 사이트가 불법적이라기보다는 일부 메뉴에 올라오는 게시글이 유해한 경우가 많아 신고가 들어오면 제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비중이 어느 정도일 때 폐쇄할 수 있는지, 일베의 유해성을 어느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수치로 말하기는 힘들고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방통위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는 게시글 삭제가 필요한 수준이지 폐쇄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방통위의 결정이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범죄의 온상이 된 일베가 동시접속자 2만명, 회원수 100만명의 트래픽을 감당하며 원활히 운영되는 데 대해 '배후세력'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됩니다.
일베의 문제점은 어느 수준에 와 있고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일베 게시글의 해악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폐쇄는 답이 아니라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강력히 보호하는 미국에서도 지역비하나 여성비하 등은 'hate speech'(혐오 발언)으로 규정해 처벌한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일베에 올라온 모든 글들이 혐오 발언이라면 폐쇄가 마땅하겠지만 혐오 발언을 하지 않는 경우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며 "대신 혐오발언을 한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도 경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베의 사상' 저자인 박가분씨는 사이트 폐쇄는 일베를 '순교자'로 만들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박씨는 "일베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투사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이트에 직접적 규제가 가해질 경우 일베의 혐오 발언이라는 본질은 가려지고 표현의 자유 논쟁에 대한 물타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에 빗댄 일베 회원을 고발해 구속재판에 이르게 한 박지웅 변호사도 "사이트 폐쇄는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 변호사는 "일베 폐쇄의 전례가 악용돼 진보적 사이트 폐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방통위가 재량 범위를 벗어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이버범죄 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베 이용자는 범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많다"며 "막상 경찰 조사가 들어가면 '잘못인 줄 몰랐다' 범죄인 줄 몰랐다'며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성 발언이 범죄라는 것을 교육을 통해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며 "경찰도 사이버 범죄에 대한 모니터링과 주의·경고를 통해 사이버 윤리 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