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육 전문 네이버 파워블로거 양현주(34)씨와 삼남매. 왼쪽부터 4살 한수재군, 6살 한선아양, 2살 한지운군./ 사진제공=양현주씨.
"아이 코 풀 때 '흥 해봐'가 영어로 뭔지 아시겠어요?"
6살 딸, 4살 아들, 2살 아들 등 삼남매를 키우는 엄마 양현주(34)씨의 질문에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기자는 말문이 막혔다. 양씨는 "이게 진짜 영어"라고 미소를 지었다. 양씨는 영어 교육 전문 네이버 블로그 '한스맘의 영어 잘하는 아이 키우기'를 운영한다. 양씨의 블로그에는 '실전 영어 육아'가 담겨 있다.
파워블로거가 키우는 자녀들의 영어 실력은 어떨까. 삼남매는 간지럼을 태우면 "간지럽히지 마세요" 대신 "돈 티클 미"(Don't tickle me)가 먼저 나온다. 첫째 한선아양은 외국인과 '프리 토킹'이 가능하다. 영단어를 묻는 질문엔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보다도 먼저 손을 번쩍 든다. '내 아이 영어' 때문에 고민이라는 현직 영어 학원 원장은 양씨에게 "부럽다"는 쪽지를 보냈다.
양씨가 영어 교육에 고정적으로 쓰는 돈은 월 20만원이 안 된다. 사교육은 일주일에 1시간 집을 방문하는 외국인 강사가 전부. 삼남매는 영어 유치원도 아닌 일반 유치원에 다니며 방과 후 영어 수업도 다니지 않는다. 양씨는 "엄마가 습관만 들이면 영어는 게임 끝"이라고 단언했다.
◇유창한 발음·정확한 문법?…일상 생활영어부터 "문법·발음 지적은 NO"
양씨의 습관은 '영어 들려주기'다. 유창한 발음으로 긴 문장을 말하지 않는다. 물을 줄 때 '워터'라고 덧붙이거나, "기저귀 갈자", "엉덩이 닦자" 등 길어야 5~6개 단어를 말하는 수준이다. 발음도 개의치 않는다. 아이들이 CD를 듣거나 DVD를 보고 스스로 발음을 고친다.
아이에게 의미없는 영어를 들이미는 것은 금물이다. 양씨는 공 던지기, 빨래 개기, 숟가락질 배우기 등 일상 생활에서 상황에 맞는 문장을 말해 준다. 짧은 문장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아이가 대답을 하면 경청한다.
문법이나 발음이 어색해도 지적하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영어를 썼다는 사실. 맞든 틀리든 진심을 담아 칭찬해 주면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계속 영어로 말한다.
설거지, 빨래 등으로 아이들과 대화하지 못할 때 양씨는 CD나 DVD를 틀어 놓는다. 삼남매를 조금이라도 더 자주 영어에 노출시키기 위해서다.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다가도 아이가 말하면 바로 DVD를 틀어준다. 고무장갑을 벗고 걸음을 옮기려면 귀찮고 불편하지만, 영어 교육은 엄마가 불편해야 한다는 것이 양씨의 지론이다.
◇부모가 영어 잘해야 한다?…"누구나 할 수 있다"
양씨는 부모의 영어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양씨는 토익 점수를 400점을 넘겨본 적 없는 '영어 포기자'였다. 남편이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아이들 영어 교육은 엄마의 몫이다. 남편은 주말에 이따금 아이와 영어로 얘기하는 정도다.
양씨는 "나도 처음엔 아이 아빠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첫째가 30개월이 넘도록 한국어는 늘어도 영어는 안 늘더라"며 "그때 '안 되겠다. 내가 나서야겠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내게 모르는 영어를 가르쳐주고 내 영어 교육 방법을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양씨는 작가로 변신했다. 영어로 아이들을 키운 경험자로서, 실제로 썼던 영어 문장과 경험담을 담아 엄마들을 위한 생활영어 책을 쓰고 있다. 영어가 서툰 엄마들을 위해 출판사와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사비를 더해 개발을 요청했을 만큼 그의 교육열은 뜨겁다.
양씨는 "정말 엄마들한테 필요한 표현이 담긴 책은 많지 않았다"며 "엄마들이 쉽게 배울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 교육은 정말 힘들다.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