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의정부에 사는 부부와 그들의 친한 동생으로 이루어진 팀 MFBTY의 새 앨범 [WondaLand]의 인트로는 이렇게 시작된다. “모든 이 지구 상에 모든 사람들 사람뿐만 아니라 벌 나비도 벌레들도 다 행복하고 다 그냥 꽃처럼 피고 아름답고 건강하고 서로 화합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LOVE & PEACE. 이것은 타이거 JK, 윤미래, Bizzy가 외롭고, 아프고, 상처받고, 인생의 지주였던 아버지를 잃고, 음악을 놓아버릴까 고민하기도 했을 만큼 힘든 시간 끝에 내린 결론이다. 가족이자 동료로,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며 그 과정을 음악으로 옮기고 있는 세 사람이 닿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
지금 회사를 만들기까지 힘든 일들이 있었던 걸로 안다. 이제 좀 정리됐나.
타이거 JK: 이제 잘 시작해야지. 아들 조단이 여덟 살이 돼서 그런지 나도 정신연령이 여덟 살로 변했다. 아니, 사실 아들이 조금 더 높다. (웃음) 애기랑 까불까불하고 노는 게 몸에 배니까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많이 밝아졌다고 의아해한다.
그래서, 타이틀도 ‘Hello Happy’인가.
타이거 JK: Happy는 우리의 바람이기도 했다. 전부터 나는 이야기꾼이라고, 진실을 바탕으로 거짓말을 쓴다고 했지만 나, 미래, Bizzy 각자의 솔로는 아티스트의 진심을 담는 거니까 다 너무 슬프고 어두웠다. 그런데 세 명이 뭉쳤더니 의외로 재밌고 엉뚱한 게 나왔다. 처음엔 아트 프로젝트처럼 싱글을 내기로 했는데, 하다 보니까 두 번째 곡도 넣자, 인트로도 넣자, 그게 점점 불어나서 열여섯 곡짜리 정규 앨범이 됐다.
그동안 쌓였던 얘기가 많았던 건가.
타이거 JK: 얘기도 많고, 그동안은 우리가 의정부에서만 지내니까 고립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평소 마주치면 반갑기는 해도 음악적인 연결고리가 없었던 전인권, 유희열 선배님이 의정부까지 오시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산더미처럼 막 커져서 재밌는 일들이 생겨났다. 누구든 찾아와 주시고 놀러 와주시면 그대로 음악이 되어버리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 원래 결벽증이 있어서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다 짜놓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재밌게 작업했다.
그렇게 룰을 깨보니까 어떤가.
타이거 JK: 조단을 포함한 아이들부터 선배님들에게까지, 교훈을 많이 얻었다. 전인권 선배님의 ‘사랑과 평화’는 앨범에 실린 버전과 음원이 다르다. 앨범에 들어간 건 내가 좀 멋 부리고 업돼서 한 건데, 선배님은 “코러스, 애드리브, 랩, 다 빼고 외롭게 가자”고 하셨다. 아이처럼 순수하게 “그대로가 좋아. 제발 날 믿어줘” 하시는 걸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CD는 레어 아이템이다. (웃음) 그리고 (유)희열이 형이 꼼꼼하게 코드를 봐주시면서 “화려한 게 좋은 게 아냐. 이렇게 가자” 하시면 옆에서 “우와!” 하면서 들었다. 사실 우리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진 않았는데, 미래가 두 손가락으로 건반을 쳐서 만든 라인을 듣고 형이 “이건 좋아”라고 하시면 그럴 때 희열을 느꼈다. 랩몬스터는 에너지가 넘친다. “요즘은 이런 게 유행이고요! 여기선 이걸 빼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손승연 씨는 아주 조용하게, “…이렇게 해도 돼요?” 하다가 녹음할 때는 “으아아아!” 하고 완전히 폭발적으로 터뜨렸다. 그렇게 즐겁게 끝내고 나면 그 조각들을 다듬느라 후반 작업이 지옥 같았지만.
감정을 고요하게 흘려보내는 곡들도 많지만, ‘방뛰기방방’과 ‘부끄부끄’ 두 곡은 앨범 안에서 특히 밝고 튀는 느낌이다.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타이거 JK: 이번 앨범은 우리 생각에는 팝 앨범이다. 우리한테 힙합은, 진부한 말이지만 사는 방법이다. “yo! yo! yo!” 하고 다닌다는 게 아니라 그 철학이나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는 건데 이번 앨범이 힙합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요즘은 힙합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뜨고 있는 것들을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 우리도 젊었을 때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디스, 비프, 배틀 사이에서 ‘필 굿 뮤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포지티브한 음악을 들려주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끄부끄’와 ‘방뛰기방방’은 가요고 팝인데 만들어지는 과정은 재즈 임프로비제이션처럼 즉흥적이었다. ‘부끄부끄’ 같은 경우는 처음에 진짜 “부끄부끄”만 있어서 다들 나한테 미친놈이라고 했다. 이게 뭐냐고, 어떻게 할 거냐고. (웃음) ‘방뛰기방방’은 원래 코러스나 훅 부분이 네 개나 더 있었는데 그걸 덜어내면서 지금 신나는 부분만 남았다. 그걸 잘 다듬어낸 건 미래다.
세 사람이 일상생활과 작업을 거의 함께 하는 과정은 어땠나.
윤미래: 나는 작업실에 항상 같이 있지는 못했다. 음악을 하다 보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시계 보면 새벽 5시가 넘는다. 두 시간도 못 자고 집에 가서 애기 깨워서 학교 보내야 하고 저녁엔 숙제도 봐줘야 하니까 너무 피곤했다. 몇 번 그렇게 했더니 몸도 옛날 같지 않고. (웃음) 그래서 내가 듣고 느끼는 대로, 코러스가 생각나면 바로 가사 써서 내 부분을 녹음하고 집에 갔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점점 넓어지는 경험을 했을 텐데 그건 어떤 기분이었나.
윤미래: 많이 어려웠다. 나는 학교에서 알게 된 친구 외에 연예인 친구들이 별로 없다. 아직도 사람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전인권, 유희열 선배님이 오셨을 때도 작업실에 늦게 갔다. 쑥스럽기도 하고 대선배님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예를 들어, 원하는 코드가 있어도 선배님한테 어떻게 “이거 말고 저렇게 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말하지? 혼자 집에서 그런 생각 하다가 늦게 갔는데, 내가 생각이 너무 많은 거였다. 오빠들이랑 웃고, 음악 얘기도 하고, 생활이나 술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분위기가 되니까 내가 지금까지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는 걸 느꼈다.
타이거 JK: 미래는 머릿속 거의 대부분이 조단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새벽까지 녹음하고 집에 가서 아침 차려서 애기 깨워 학교에 보낸다. 모성애가 정말 강해서 다른 활동에 신경 쓰기 힘들 정도다. 아마 어머님들은 그게 어떤 스테이지인지 아실 거다. 그런데 미래는 애기 엄마이기도 하고 소녀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가 여러 가지 일도 있고, 애기도 키우고, 아버지도 아프시고 해서 음악 활동을 못 하고 화보 같은 데서만 드러나다 보니 오해를 받기도 했다. 밖에서는 미래가 “나는 최고의 MC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얘기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때 보면 미래는 자기가 아닌 전혀 다른 이미지와 싸우고 있더라.
Mnet [언프리티 랩스타]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계속 언급되기도 했다.
윤미래: 사실 거기에 출연하신 분들도 그런 걸 원하지 않을 것 같다.
타이거 JK: 미래는 모든 여성 래퍼나 싱어들의 응원자다.
한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여성 래퍼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윤미래: 랩할 때는 가사에 “나는 최고다” 같은 말을 넣지만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내가 진짜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취미로 녹음실에서만 하지 음반을 내고 활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고 배우고 있는 중이라, 어디에 나가서 랩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세 사람이 랩과 노래로 대화를 하는 느낌의 앨범이기도 한데, 랩 자체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Bizzy: 나와 JK 형이 하는 프로젝트가 따로 있다. 그건 랩이 막 40마디씩 가고 그러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가 아니라 곡이 주인공이니까 절제하는 걸 좀 배웠다. 곡이 앞으로 나오고 우리 랩이 양념처럼 들어가도록.
타이거 JK: 우리 랩을 줄이기도 했고, 게스트 래퍼가 오면 톤을 낮췄다. 전에는 곡이 어떻든 “내 열여섯 마디를 최고로 할 거야!” 그랬는데. (웃음) 그런 절제도 배우고 양보도 배웠다. 예전 같으면 내 파트에서 발음 흘리고 박자 틀린 거 창피하다고 다 고쳐서 다시 했을 텐데, 이번에는 감정선을 생각했다. 내 랩을 내세우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는 게 맞다고 미래가 말해줬다.
작업 과정은 즐겁더라도, 혹시 대중의 취향이나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데 대한 고민은 없었나.
타이거 JK: 사실, 머니 코드에다가 발라드 라인 넣고 랩 조금 하고 싱글로 내면 잘되는 걸 안다. 그런데 내 고집으로 열여섯 곡 믹스다운을 네 번 이상 하면서 앨범 만들다가 전 재산을 다 썼다. 그나마 5월이 행사의 달이라 다행이지. (웃음) 하지만 다양성도 필요하고, 우리는 그런 걸 할 거다. 예전에 드렁큰 타이거로 나왔을 때는 1년 동안 “너는 생긴 것부터 안 돼. 넌 망할 거야. 니가 잘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같은 말을 들었다. 그때는 우리 앨범이 한 번 기회를 주셔도 될 거라고 설명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뒤집는 데서 또 다른 희열을 느낀다. 지금은 새로 태어난 것 같아서 행복하다.
힘든 시간을 거쳐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 같다. 이제 세상에 무엇을 내놓고 싶은가.
타이거 JK: 커피 파는 책방 아저씨가 되어보고 싶다. 내가 전에는 너무 당한 일들만 얘기했는데, 그게 사실이긴 했어도. (웃음)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너무 꼬였어’가 아니라 ‘와, JK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의료사고도 있었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실망하기도 했지만, 세상에 너무 더 큰 일들이 생기다 보니 나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
윤미래: 처음에는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나를 위해 음악을 했는데, 나중에는 사무실을 위해 하는 건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건지 희미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를 믿고 사랑해준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 사실 요즘은 조단 학교 보내고 팬들의 리액션 비디오를 보는 게 낙이다. 순위 같은 걸 보면 상처받다가도, 그 모습에 행복해진다. 사람들에게 그런 리액션을 주기 위해 음악을 하고 싶다.
Bizzy: 지난번 [살자] 앨범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스태프 중 한 명이 “너무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이 노래 듣고 힘이 났어요.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그때 나도 며칠 밤새우고 힘들 때였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K 형은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시지만 특히 음악을 통해 얘기해주시는 게 더 귀에 확 들어온다. 그런 형의 이야기, 형수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고 나도 계속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음악이 정말 힘들어서 포기하고 리스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조차 음악으로 힘을 얻고 위로받았기 때문에.
타이거 JK: 그리고 나는 무조건, Bizzy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 잘생기고 착한 Bizzy를 뜨게 하고 나는 좀 뒤에서 편안히…. (웃음)
이미 해외에 Bizzy의 팬이 많다고 들었다.
Bizzy: 나도 깜짝 놀랐다. 요즘은 결혼하자거나, 그런 오퍼들이 많이 들어와서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웃음)
타이거 JK: K-POP에도 언더 팬덤이 있더라. EXO만큼은 아니지만. 트위터에 MFBTY 쳐봤는데 이렇게 퍼지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국제결혼은 반대다. Bizzy가 의정부를 떠나면 내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웃음)
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