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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모텔방에서 눈 뜨는 회계사,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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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6


▲회계사의 업무 강도는 높아지는 반면 수익은 떨어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에 눈을 뜨면 낯선 모텔 방이다. 지방 기업으로 감사 작업을 내려온 지 벌써 일주일째다. 회계사 시험에 통과하고 국내 최대 회계법인 중 한 곳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내가 이런 상상을 할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모텔에서 대충 씻은 후 필드(감사 대상 기업)로 나간다. 모레부터는 다른 기업의 감사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내일까지 감사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컴퓨터를 켜니 전에 작업했던 회사 관련 메일이 쏟아진다. 급하다는 클라이언트의 말에 우선 그것부터 정리하다보니 오전이 다 갔다.

 

지난해 5명이 일주일 동안 일했던 것을 올해는 4명이 한다. “내년에는 아마 4명에서 3일 안에 일을 해야 할거야”라는 선배의 농담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들 알고 있다. 말단 회계사의 근무 환경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한정된 기업 감사 시장에서 늘어난 회계법인끼리 경쟁을 하다 보니 저가 수주는 다반사가 됐다. 매출이나 수익 실적을 내야하는 파트너들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 입찰 경쟁에서 계속 낮은 가격을 써냈다. 이것에 대한 부담은 나같은 낮은 연차의 젊은 회계사들이 짊어진다. 

 

저가에 기업 감사를 맡다 보니 투입되는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은 똑같거나 오히려 늘었는데 일하는 사람은 줄어드니 야근은 기본이다. 일이 몰리는 감사시즌에는 새벽 1~2시 퇴근이 기본이다. 촉박한 시간에 맞추다 보니 감리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숫자 하나 잘못 붙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확인을 하고 또 하지만 실수는 계속 나온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수습을 마친 회계사 초임 연봉은 4000만원 정도로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야근·특근수당 등을 기본급과 함께 지급하는 포괄임금체계기 때문에 야근을 해도 추가 수당 같은 것은 없다. 식대 1만5000원이 전부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없다. 입사 3년 차 같이 입사한 동기 중 3분의 1정도가 이미 회사를 나갔다. 이런 현실이 알려지면서 회계사 시험의 응시자 수도 해마다 줄고 있다. 2011년 1만2889명이었던 응시자 수는 올해(9315명)는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똑똑한 애들은 회계사 시험을 안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오늘도 새벽 2시나 돼야 퇴근을 했다. 버스가 끊긴지는 오래다.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싸구려 모텔방으로 돌아간다.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회계법인 재직 중인 김창훈(가명·31) 회계사 시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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