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책 부문 파워블로거 겸 작가 홍준성(24)씨/사진=홍준성씨 블로그(http://blog.naver.com/them1)
사람들은 먹고 살기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출근길에 책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짧고 단편적인 글들이 모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즐길 뿐이다.
지난 23일 '세계 책의 날' 머니투데이는 시대에 반항하듯 책에 빠진 네이버 책 부문 파워블로거 겸 작가 홍준성(24)씨를 만났다. 홍씨는 2012년부터 책을 통해 얻은 통찰과 기억해두고 싶은 문구들을 블로그에 담아왔다.
블로그 애독자가 늘어나자 홍씨는 독자들에게 쉽고 간결한 언어로 책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홍씨 블로그에 올라온 북 리뷰는 벌써 500여개에 달한다. 블로그 방문자수도 일평균 1000명을 넘나든다. 스마트폰과 SNS 홍수 시대지만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많은 셈이다.
홍씨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인생의 책'으로 꼽는다. 홍씨는 "남들 다 취업하겠다고 스펙쌓는 시대에 혼자 도서실에서 철학서나 뒤적거리고 있는 내게 돈키호테적인 정신은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홍씨는 독서가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라고 굳게 믿는, 이 시대의 '돈키호테'다.
◇3년간 책 500권 읽어…자타공인 '책벌레'
홍씨는 스스로를 '책벌레'라 정의했다. 하지만 2012년 군입대 전까지 책에 관심도 없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약 3년간 500여권의 책을 읽었지만 그 이전에 읽은 책은 50여권이 전부다. 홍씨는 책을 읽게 된 동기에 대해 "좀 더 세상을 알고 싶은 욕구나 호기심이 생겼다"며 "책이 이러한 갈증을 해결해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철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홍씨는 책을 많이 읽으면서 전공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다. 책 읽는 것이 전부지만 대학시절 내내 '과탑(학과내 수석)'을 놓쳐본 적이 없다.
홍씨에게 독서란 '자기를 바꾸는 작업'이자 '자기가 모르던 자기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홍씨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강의'를 읽게 되면 성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며 "성욕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해 자책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기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올해초 모 신문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열등의 계보'라는 작품으로 당선됐다. 특히 홍씨는 보름 만에 소설을 완성했다. 장편소설을 보름 만에 집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필요하다는 송나라 문인 구양수의 말은 적어도 홍씨에겐 진실인 셈이다.
홍씨는 "앞으로도 소설, 문학비평, 독후감 등 장르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쓸 계획"이라며 '글쟁이'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그의 서재에는…플라톤, 세르반테스, 푸코, 프로이트까지
홍씨가 꼽은 '인생의 책'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다. 홍씨는 '돈키호테'에 대해 "인간이 문자로 창조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돈키호테가 두어 명쯤 필요할 만도 한 권태로운 시대가 지금"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이어 △서사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천명관의 '고래' △역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강의' △서양철학의 뿌리인 플라톤의 '국가' △산업혁명과 사회발전에 대한 색다른 생각을 일깨워줄 그레고리 클라크의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추천도서로 꼽았다.
◇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책 읽어야 세상 바뀐다"
홍씨는 젊은이들에게 독서를 강력히 권했다.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취업난 등 우리 현실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홍씨는 "1970~80년대 한국의 노동 풍토가 암흑과 같았을 때, 못 배운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일 끝나고 몰래 어두운 전구 아래 모여 노동법을 독학하거나 공단에 위장취업한 대학생들과 함께 야학하며 이것저것 배우려고 몸부림쳤다"고 말했다.
오늘날 당시의 문제는 사라졌지만 고용 불안, 빈부격차 등 새로운 문제가 닥쳤다. 홍씨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가만히 있으면 가혹함에 익숙해질 뿐 가혹함 그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며 "대안을 원한다면 현실의 문제가 무엇이고 바뀌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는데, 이를 도와주는 것이 독서"라고 강조했다.
◇ "독서 입문자들, 책은 원래 잘 읽히지 않아…쉬운 책부터"
독서를 강력히 권한 홍씨는 책 읽는 방법도 소개했다. 우선 책이 본래적으로 잘 읽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최대 기원 전에 살았던 사람과 글로 소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입문서나 교양서 등 쉽게 쓰여진 책부터 읽어야 한다. 입문자가 본격 철학서나 원전을 손대면 책에 대한 흥미만 떨어질 수 있어서다. 홍씨 역시 소설부터 시작했다. 홍씨는 "책에 익숙하지 않을 때 소설 위주로 읽으면서 책과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전이 너무 이해가 안되면 책장을 덮어야 한다는 것이 홍씨의 생각이다. 홍씨는 "원전이 너무 어려울 때는 대신 쉽게 쓰여진 해설서나 원전을 쓴 저자에게 영향을 준 이전 시대 작가들의 책을 찾아 읽어봐야 한다"며 "이렇게 생겨난 이해를 바탕으로 원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학, 철학, 사회과학 등 읽고 싶은 분야가 정해졌으면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 홍씨는 "고전들을 시대순으로 훑어보면서 생각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통시적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큰 그림'을 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생기면 그 부분을 다룬 저자의 원전, 관련서를 찾아 읽어보는 것이 좋다.
책을 '읽기만' 한다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다. 홍씨는 항상 책을 읽은 후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홍씨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도 블로그에 독후감을 기록해 책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홍준성씨가 읽은 책과 책 내용을 기록한 메모들./사진=홍준성씨 블로그(http://blog.naver.com/them1)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