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시간만에 구조된 라시 람 카날(26)이 30일 병상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 로이터=News1
네팔 농부 라시 람 카날(26)은 두바이로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곳 KFC 매장에서 청소 일을 하면 한달에 220달러(약 24만원)를 벌 수 있고 그러면 가족들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 희망은 지난 25일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네팔을 강타했을 때 무너졌다. 카날은 카트만두에 있는 5층짜리 게스트하우스 잔해 속에 매몰됐다. 자신의 소변을 먹어가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던 그는 지진 발생 사흘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지진과 눈사태로 수천명이 희생됐지만 카날은 약 82시간만에 구조됐다. 하지만 한 대학병원에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카날은 30일 자신은 죽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고 말했다.
"여생에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두바이에서 일할 기회는 날아갔고 이제는 농사도 지을 수 없어요. 지금은 휠체어를 살 돈도 없어요. 가족들은 뭘 해서 먹여살릴 수 있을까요" 인터뷰는 병상에서 진행됐다.
수백만명의 생존자들이 81년만에 최악의 지진을 겪은 뒤에 카날과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상처도 달래야 하고 가난한데다 재해로 더욱 황폐해진 나라에서 삶도 다시 추스려야 한다.
◇손수건 이용해 소변 마셔
카날은 지난주 수요일(22일) 네팔 서쪽에 있는 마을 다카방에서 카트만두로 왔다. 그는 아내와 6개월된 아들을 집에 두고 왔다. 지역 금융기관에서 고금리에 1100달러(약 120만원)을 빌려 여행 일정을 짰다. 월요일(27일)에 처음으로 국제선을 탈 계획이었다.
그는 두바이에서 열심히 일하면 6개월만에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카날은 카트만두에서 월요일만 기다렸다. 토요일에 그는 이른 점심 식사 뒤에 카트만두 외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산책을 나갈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정오 직전에 지진이 발생했다. 카날은 바닥에 쓰러졌고 수초만에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바닥에서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카날은 "도와달라고 계속 소리쳤지만 사흘 동안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날은 몸을 움직이기가 거의 힘들었지만 힘을 내서 주머니 속에 있던 손수건을 꺼냈다. 손수건을 자신의 소변에 적신 뒤에 입 앞에 두고 꽉 짰다. "그렇게 다시 소리칠 수 있는 힘을 조금이라도 얻었어요. 그리고 살아나게 됐어요"
화요일(28일) 밤에 그는 위에서 드릴이 작동하는 소리를 듣었다고 말했다. 카날은 드릴 소리를 7시간 이상 들은 뒤에 프랑스와 네팔 구조팀에 의해 구조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다. 같은 방을 썼던 동료들은 숨졌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