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 게스트 하우스 전경/사진=김유경기자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한옥마을인 경복궁 옆 북촌. 6일 오후 한 외국인이 북촌을 거닐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소리울' 앞에서 멈칫하더니 대문 안으로 쑥 들어간다. 와이파이가 되는지 묻더니 가장 작은 '피리방'을 선택, 당일 숙박을 즉석에서 결정했다. 수원에서 올라온 한국인 가족도 들어온다. 관광주간 봄방학을 맞이해 서울나들이에 나선 모양이다. 목요일 밤 '소리울'엔 이렇게 두개의 방에 불이 켜졌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46(사간동)에 위치한 '소리울'은 국악을 체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북촌에 자리한 대다수 한옥이 그렇듯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고 50년 정도 됐을 'ㄷ'자 구조의 근대 한옥이다. 당초 이 한옥은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서까래도 다듬지 않은 원목의 거친 느낌이 그대로 났다.
그런 집을 김현주 대표가 임대해 갈고 닦아 현재의 아담하고 예쁜 한옥으로 재탄생시켜 놨다. 소리의 큰 울타리 또는 소리울림이라는 의미를 가진 '소리울'은 당초 거문고, 대금, 피리를 전공한 세 아들과 국악을 좋아하는 부부가 국악체험공방으로 쓰기 위해 꾸민 집이다.
▲지난 6일 소리울에 찾아온 외국 손님 /사진=김유경 기자
김 대표는 "국악 단체에서 일을 할 때 한옥에서 국악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한옥 구하기가 어려워 아예 한옥을 임대했다"며 "하지만 공방용으로는 집이 크고 임대료도 비싸서 잠자리부터 국악과 한식 등 한국 문화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한 마당에 자연이 가득하다. 흙바닥에 디딤돌을 깔고 고목으로 만든 들마루도 놓았다. '피리방' 쪽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김 대표가 직접 담근 매실차와 오미자차 등이 담겨 있다.
집 한가운데에는 널찍한 대청마루가 있다. 대청마루는 만남과 나눔의 공간이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테이블은 오래된 전통 툇마루로 만들었다. 조식으로 간단한 토스트와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는데 빵을 먹더라도 정서적으로 우리 문화가 느껴지는 오감을 살릴 수 있게 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대청마루에서는 한 달에 한번정도 국악 공연이 펼쳐진다. 대청마루 양옆으로 손님이 머무는 방들이 있는데 국악 공연을 할 때는 양옆 가야금방과 해금방을 터서 넓은 공간을 확보한다. 무대와 관객석의 구분은 없다. 연주자와 관객이 대청마루에 함께 앉아 국악으로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손수 준비한 한식과 식혜를 곁들여 공연을 잔치처럼 즐길 수 있다.
'소리울'의 가장 특징은 역시 국악기 체험이다. 통상 실내 전시를 하더라도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여져 있기 마련인데 이곳엔 그런 표시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방마다 국악기를 하나씩 놓고 만져보라고 권한다. 방 이름도 악기명을 따서 △가야금방 △거문고방 △대금방 △해금방 △피리방으로 지었다.
소리울에서의 국악기 체험은 단순히 국악을 듣거나 국악기 전시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손님이 각 방에 놓여진 국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연주해보는 것이다. 국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숙박 예약시 신청해 강습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 종로구 한옥 게스트하우스 '소리울'의 5개의 방에는 국악 악기가 하나씩 놓여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해금방, 피리방, 대금방, 거문고방, 가야금방./사진=김유경기자
이렇게 하면 한국 악기가 생소한 외국인이나 어린아이도 자기가 묵은 방의 악기를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다. 아이들이 악기를 가지고 놀다가 망가지는 경우가 있지만 꼬마 손님을 꺼리지는 않는다. 세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자연스레 국악기를 보고 즐기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도보로 7분쯤 거리에 국악 체험 공방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공방에서는 더욱 다양한 국악기를 보고 만지고 배울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열면서 김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이부자리다. 잠자리가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장 좋은 이불을 준비했단다. 언뜻 보기엔 왠지 오래된 것처럼 생소해 보이지만 소리울에서 제공하는 이부자리는 한 채에 180만원에 이르는 전통 천연염색 무명 이불이다. 강남 부유층만 사간다는 규방도감 이불가게에서 사왔다. 이부자리에 민감한 일본인과 유럽인들은 무명 이불의 가치를 알고 좋아한단다.
편안하게 자고 일어난 아침에는 은은한 국악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침에는 국악합주곡 수제천과 현악기 연주음악인 줄풍류 등의 음악을 들려주고 저녁에는 산조음악(민속악의 꽃)을 들려준다.
소리울은 외국인 손님이 80~90%를 차지한다. 내국인의 경우 주로 지방에서 가족 단위로 온다. 서울에서 여고동창회나 결혼식이 있을 때 여행 삼아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소리울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주 대표/사진=김유경 기자
☞한옥 게스트하우스 '소리울' 숙박팁
▶ 방 선택 방법 = 방 크기는 악기 크기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거문고와 가야금이 있는 방은 3명이 묵을 수 있는 큰 방이고, 해금과 대금이 있는 방은 2명이 지내기에 적당하다. 피리방은 혼자 지내기 좋다. 안방인 가야금방과 피리방은 화장실이 외부에 있고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피리방의 경우 1박에 5만원. 가장 비싼 방은 거문고방으로 1박에 13만원이다. 장기 투숙시 △7일 5% △10일 10% △15일 이상 15%의 할인을 해준다.
서울 북촌 한옥에서 즐기는 국악기 체험여행이미지 크게보기
▶ 체험 =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 해금 등 국악기를 만져보고 관람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숙박 예약시 신청하면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즐길 수 있다. 이밖에 국악배우기, 전통음악듣기, 한복입기, 예절배우기, 도예 일일체험, 규방공예체험, 전통주와 부침개 체험, 전통차와 주먹밥 체험 등을 인당 2만~3만원에 신청할 수 있다.
▶교통 =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와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가깝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