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러시아가 2차 대전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오후에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행진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열린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5월9일은 퍼레이드 이상이다. 동방정교회 부활절과 동등한 성스러운 의미를 갖는다.
미국 럿거스대 역사학과 조헨 헬벡 교수가 ‘부정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역사 - 소련은 나치 독일을 무찌르는데 어떤 다른 나라보다 큰 역할을 했다’는 글을 살롱(salon.com)에 기고해서 이를 소개한다.
가장 많은 희생을 했고, 가장 크게 기뻐해야 할 나라가 실은 러시아인데, 왜 최대 승전국이 미국으로 바뀌어 버렸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상식은 어떻게 뒤집혔나?>
영국인들은 펍에 앉아 스탈린그라드가 독일군에 맞서 저항하는 영웅적 이야기를 라디오를 통해 들었다. 이들은 이 전투가 전세의 향방을 결정할 것을 알았다.
인류 전쟁사에서 가장 참혹했던 이 전투는 소련의 승리로 끝났다. 소련은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고 이는 유럽 전체에 상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2004년 프랑스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57%가 미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믿었고 20%만 소련을 꼽았다. 1945년에만 해도 결과는 정확히 반대였다.
<소련 시민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2차 대전에서 소련은 2700만명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인구의 15%였다.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이다. 영국·프랑스·미국을 합친 사망자(150만명)의 거의 20배이다.
유태인,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벨로루시인, 중앙아시아 군인, 공산주의자, 유격대(파르티잔), 그리고 일반시민 등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상처의 흔적은 지금도 거의 모든 러시아 도시와 마을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 학자들은 소련 시민들의 당시 전투를 조사했다. 유럽국가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가 발견된다. 바로 공산주의와 조국애가 함께 뭉쳐진 집단적인 희생정신이다. 소련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냉전이 상식을 뒤집어 버리다>
유럽인들이 소련군의 승리를 기념했다. 독일 침공을 당했던 폴란드도 소련을 환영했다. 하지만 뒤이은 냉전은 소련의 활약상을 잊게 만들었다. 많은 나라들이 소련의 역할을 지웠고 역사를 새로 썼다.
1941년 영국이 독일군의 포위에서 벗어났을 때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1년 전 우리는 황량해 보였다. 절망적이었다. 오늘 우리는 두려움에 눌린 세계 앞에 크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소련군은 서방이 ‘영혼의 선장’으로 남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련의 군인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히틀러 정권을 붕괴시켰다. 우리가 잊어버리거나 부정하기엔 너무나도 중요한 역사이다.
TTIMES Ten Lines News 강기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