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지난 25일 새벽 0시5분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3파출소. 다급한 신고 전화에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남성이 식칼을 들고 사람을 죽이겠다며 난동을 피우고 있다"는 것.
지난해 12월 임용된 초보 경찰인 조현정 순경(29·여·사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주저 없이 현장에 나섰다. 조 순경이 이창호 경위(53)와 함께 신고 장소인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 상가 앞에 도착하기까지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조 순경은 용의자가 흉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순찰차에 구비된 방검복과 방검장갑을 꺼내 착용했다. 순찰차를 나서자마자 식칼 4자루를 양 손에 나눠들고 소란을 피우고 있는 중국동포 최모씨(31)를 발견했다.
조 순경과 마주한 최씨는 "모두 죽여버리겠다"며 칼을 겨눴다. 극도로 흥분한 최씨가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두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
조 순경은 삼단봉을 들고 최씨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대치하는 동시에 거리를 유지하며 최씨를 진정시켰다. 조 순경은 "이 칼로 남에게 상처를 입히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지금 칼을 내려놓는다면 엄벌을 피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20여분간 조 순경과 마주하던 최씨는 방심한 듯 칼을 떨어뜨렸다. 조 순경은 이를 놓치지 않고 최씨를 제압해 수갑을 채웠다. 조 순경은 "실제 대치한 시간은 20여분에 불과했지만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를 휴대하고 위협을 가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남성 3명을 살해하기 위해 칼을 구매했다"며 "칼 4자루를 일행 3명에게 나눠주려 했다"고 진술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