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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메르스에 방치된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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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7


 

 

"메르스? 그게 뭔가"

 

지난 2일 찾아간 경기 평택 한 마을. 평택성모병원과 100여m 떨어진 이곳에 거주하는 A씨(84)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해당 병원이 지난달 31일 폐쇄됐다는 소식을 듣고 "뭔 일이 났다 싶었다"라면서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 같은 무식쟁이들이 뭘 알아"라며 미소 짓는 어르신에 마스크를 권유하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답답해서 못 써"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해당 병원에 머물렀던 B씨(57·여)가 메르스 감염으로 숨진 지 불과 10여시간 지난 인근 마을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처럼 이날 평택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한동안 메르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40여년간 이곳에 살았다는 한모씨(63)는 "이틀전쯤 TV 보고 뒤늦게 알았지만 해당 병원이 우리 동네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나라에서 마스크라도 하나 나눠주면서 얘기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자연히 보건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뒤따랐습니다. 메르스에 대해 비공개 원칙으로 일관한 결과 장기간 전염병에 방치됐다는 것입니다. 한씨는 "지난달 28일 병원에 갔는데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며 "알았으면 마스크라도 쓰고 갔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반면 20~30대 젊은층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을 통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접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비율도 월등히 높았습니다. 평택성모병원 인근 지제역과 평택역을 통과하는 지하철은 물론 병원에서 2km여 떨어진 평택역 먹자골목에서도 젊은층의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있던 한모씨(27)는 "친구들끼리는 다 알고 있었다"며 "당국에서 계속 감추니까 알아서 대비해야 되지 않나"고 말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상점을 찾은 아이들은 입으로 음식물을 넘기는 동안을 제외하곤 대부분 마스크를 썼습니다. C씨(여)는 "언론 보도되기 전부터 엄마들 사이에선 이미 난리가 났었다"며 "대화형 SNS를 통해 애들 마스크 씌워야 한다고 서로 조심하자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자 당국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메르스 관련 '세대간 정보 불균형'이 생겼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병원 인근 주유소를 운영하는 정모씨(69)는 "SNS가 뭔지도 모른다"며 "젊은 사람들은 전화기 보고 알았다던데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나"고 한숨 지었습니다.

 

20대 한씨 역시 "당국보다 SNS를 통해 알았다는 게 문제"라며 "확정된 사실이라면 적어도 지역주민들에게는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6일 오후 현재까지 확인된 메르스 사망자는 모두 4명으로 57세, 71세, 82세, 76세 등 모두 고령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보건당국과 서울시는 메르스 정보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키운다"는 당국과 "전쟁 아닌 전쟁 상황"이라며 정보 요구와 공개에 나선 서울시. 이 가운데 정작 피해는 '나라님'만 바라보는 어르신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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