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오, 서울 영등포에서 광명 일직동 이케아를 잇는 서부간선도로.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인지 화창한 날씨의 주말임에도 도로는 한산했다. 시속 80㎞로 달려 이케아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15분. 평소같으면 30분은 족히 걸렸을 거리지만 그 절반인 15분만에 주파했다. 

▲6일, 메르스 사태 여파로 한산한 광명점 내부 모습/사진=신아름기자​

주말답지 않은 이같은 한산함은 이케아 광명점 매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케아 매장 내 어린이 전용 놀이방으로 인기가 높아 입장을 위해 1시간 가량 줄을 서는 일이 다반사였던 지상 2층의 '스몰란드'는 이날 대기인원조차 없었다.

매장을 방문한 사람 둘에 하나는 마스크를 착용한 차림이었고, 불필요한 행동을 극도로 자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주부 김모(62)씨는 함께 온 30대 아들이 매장 내 쇼룸을 둘러보던 중 갑자기 기침을 하자 "기침할 땐 꼭 손으로 가리고 하라"며 주의를 줬다. 이어 김 씨는 "사람들에게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거듭 당부했다. 

12시 30분, 매장 내 레스토랑. 원래는 점심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한참 북적여야 할 시간이지만 줄을 서지 않고도 바로 주문이 가능했다. 또 자리맡기 경쟁이 치열한 창가쪽 좌석에도 어렵지 않게 앉을 수 있었다.  

▲6일 오후 12시 30분. 이케아 매장 내 레스토랑. 점심식사 시간이지만 한산한 모습이다/사진=신아름기자​

이 레스토랑의 한 직원은 "메르스 사건이 터진 후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며 "오늘은 주말이라 그나마 (손님이) 이 정도 있지만 평일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케아 광명점은 평일엔 아이를 동반한 가정주부들이,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이 많은 편이다. 평일 손님이 확 줄었다는 건 그만큼 이케아의 주요 고객층의 방문이 줄었다는 의미로, 이와 비례해 매출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케아 관계자는 "매장 손님의 감소세를 아직까지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보고 있진 않다"면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매장 내 핸드레일 등 공용으로 사용하는 기구나 비품에 대해서는 소독과 청소를 강화하는 등 위생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오는 12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이케아가 국내에서 처음 실시하는 대규모 할인행사에도 차질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줄면 할인행사에 따른 기대 매출이 목표치에 훨씬 못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목동에 위치한 한샘 플래그숍의 상황도 이케아와 다르지 않았다. 오후 2시께 방문한 한샘 목동점은 꼭 필요해서 상담을 진행하는 손님외엔 방문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소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로 붐볐던 5층 아동용가구 매장은 텅텅 비었다. '할인행사'가 한창이던 지하 1층 생활용품 매장 역시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3월, '프리미엄' 콘셉트를 내세워 본사 직영점으로 문을 연 목동점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손님으로 발디딜 틈이 없던 곳이다. 특히 고객 한 명의 평균 구매금액인 객단가가 203만원에 달하는 등 한샘 직매장 중에서도 장사가 잘 되기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메르스 사태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 모습이었다.

목동점에서 만난 예비 신부 이모씨는 "메르스 때문에 걱정이 크다. 결혼도 앞두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가급적이면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려 하고 있다"며 "혼수가구를 고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외출했지만 볼 일만 보고 빨리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6일, 한샘 플래그샵 목동점 지하 1층 생활용품관의 한산한 계산대의 모습/사진=신아름기자​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