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 이케아의 한국 판매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한국 호갱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이케아 가정용 가구제품 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케아의 국내 판매가격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두 번째로 비쌌다.
이케아코리아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전세계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9200개 품목 중 단 49개만 뽑아서 비교하는 것은 대표성이 없고, 한국에서 더 싸게 파는 제품도 많다"는 설명이다.
전혀 틀린 주장은 아니다. 실제로 소형 수납장이나 패브릭제품, 일부 소파나 책상의 경우 한국 판매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싸다. 하지만 매번 문제를 증폭시키는 것은 가격논란에 대한 이케아의 대응방식이다. 이번 조사에 대해서도 이케아코리아는 “한국시장을 분석해서,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했다"라는 원칙론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사실 산업이나 유통구조상 국내에 이제 막 1호점을 연 이케아의 국내 판매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 또한 이케아는 국내 매장의 판매가격을 책정할 때 다른 나라 매장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이케아는 전세계 곳곳에 있는 생산공장에서 대규모로 제품을 생산한 이후 국가별, 지역별 거점에 위치한 대형 창고 '디스트리뷰션센터'에 제품을 보관, 개별매장으로 이동시킨다. 이케아 광명점은 주로 중국내 디스트리뷰션센터에서 물건을 조달받는다. 자국에 디스트리뷰션센터가 있는 국가에 비해 그렇지 못한 국가의 경우 물류, 배송비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케아 광명점에서 일부 인기 소형가구나 소품이 자주 품절되는 것도 국내에 대량으로 제품을 보관할 수 없어서다.
또한 이케아 매장수가 40개 이상인 미국이나, 10개를 넘는 일본, 중국에 비해 한국의 경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물건값이 싸질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산업적이나 유통구조상 국내 가격이 진출초기에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한 이케아의 설명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가격 책정에 원칙이 있다”, “한국시장에 맞췄다” 등 일방적이고 모호한 ‘이케아식 화법’으로 "싼 제품도 있다"는 주장만 내놓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현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더구나 현지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민감한 기업비밀이야 지켜야겠지만 최소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솔직함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한다.
언제까지 ‘왜 비싸냐’는 질문에 자랑스러운 디자인철학이나 경영원칙만을 무한 반복하는 뜬구름잡기 식 '동문서답'으로 대응할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