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가? © News1
지난 1월 한 기관의 ‘한국의 50대 장년층이 가장 후회하는 것’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오른 건 ‘취미를 못 가진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 한 취업포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취업을 위해 취미를 포기한 것’이 2위를 차지했다. 오늘날 취미는 젊어서는 사치이고, 나이가 들어서는 간절한 무언가가 돼 버렸다.
그러나 취미는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기꺼이 그것을 위해 시간을 내놓을 수 있고, 그 자체가 휴식이 되는 행위. 나아가 평생 나 자신과 소통하며 배우는 행위다. 좋은 취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하고, 견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한다. 취미를 포기한다는 것, 취미가 없다는 것은 ‘삶의 취향’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취미를 가져본 경험이 있다. 학창시절 mp3를 가득 채운 록 음악, 밤새 줄을 서 샀던 최신 게임,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가득 채웠던 연예인 사진…. 무료함을 달래는 킬링타임용 행위가 아닌, 특별한 이유 없이 현실을 잊고 몰두했던 순간들과 그럴 수 있었던 열정을 가져본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취미조차 함부로 가질 수 없는 세상 어딘가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세계를 키워나가고 있을 사람들. 멀리서 보면 그저 평범한 인물이지만 자신의 취미에 한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들. 확실한 취향과 의견으로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지펴줄 사람들. 우리는 ‘오타쿠’를 찾아 나섰다.
<오타쿠(お宅): ‘당신, 댁’을 뜻하는 일본어로 1970년대 등장한 신조어. 처음엔 게임·애니메이션·만화에 취미를 가진 이들을 가리켰지만 점점 특정 분야에 깊게 심취한 마니아를 칭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
3월의 따뜻했던 일요일, 여의도 근처의 카페에서 첫 번째 주인공을 만났다. 자신을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일로 돈을 벌어 영화에 죄다 쏟아 붓는 회사원’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28살의 신도원씨다. 깔끔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흔히 알려진 오타쿠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우리가 찾던 오타쿠가 아닐지도 몰라.’ 의심도 잠시, 신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른 아침부터 ‘버드맨’을 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올해 초 한 기업으로 출근을 시작했다며, 영화를 볼 시간이 더 줄었다고 투덜거리는 그의 모습에선 영락없는 오타쿠의 기운이 풍겼다. 얼굴을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아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흔쾌히 응해줄 줄 몰랐다.
신도원(이하 신): 마음껏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보통 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더라. 원한다면 하루 종일 얘기할 수도 있다.
영화에 빠진 특별한 계기가 있나.
신: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깐 이렇게 됐다. 계기는 기억이 안 나고,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그러다 어느 새 정신 차려 보니 영화 전공하는 친구보다 더 영화를 자주 보게 돼버렸다. 영화제 인턴도 하게 되고.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일에 깊게 빠지는 기질이 있긴 했던 것 같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빠져서 영어가 쑥 늘었을 정도였으니까.
일단 간단한 증명부터 들어가자. 한 달에 영화를 몇 편 정도 보나?
신: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엔 110편 정도 본 것 같다. 영화제 가면 일주일 동안 15편 이상 본다. 최근에는 일주일에 세 편쯤 본 것 같다.
생각 이상이다. 개봉작은 다 보나.
신: 그건 아니다. 취향이 있다 보니 안 보는 것들도 생기더라. 하지만 영화를 보는 눈을 키우려면 싫은 것도 봐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봤다. 눈앞에 야한 장면이 펼쳐지는데도 마음이 동하지 않더라. (웃음)
그렇다면 선호하는 영화 취향은 뭔가? 배우나 감독이라든가.
신: 배우는 없다. 감독은… 한 명을 꼽으라면 기예르모 델 토로. 하지만 음악도 기타, 드럼처럼 악기 연주자별로 골라 듣는 사람들 있지 않나. 나도 그렇다. 중학교 때 영화 ‘장화, 홍련’을 인상 깊게 봤는데, 그 미술감독(조근현 감독)이 소품을 참 잘 만들더라. 그래서 그 감독 작품엔 눈길이 간다. 스토리의 흐름, 촬영 기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번 마음에 들면 극장에서 네댓 번 정도 보는 편이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 열풍을 일으킨 영화 '국제시장'과 '명량'. 두 영화 모두 관객 1000만 명을 돌파, '천만영화' 대열에 올랐다.
<오타쿠에게 물었다①: 천만영화와 한국영화산업>
천만영화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해 ‘국제시장’이 관객 수천만을 돌파했고, 2015년에는 한국영화 수익이 처음으로 2조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한쪽에서는 한국영화 전성기라고 난리인데, 반대로 ‘대기업 퍼주기’라는 의견도 들린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 우선, 요즘엔 성공한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단순히 ‘재미있다/재미없다’로만 나뉘는 것 같아 아쉽다. 사회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영화들이 점점 줄어들거나 빛을 못 본다. 전성기라 하기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영화들이 너무 많다. 또 대기업 이야기를 하자면… 큰 상업영화에 의해서 작은 상업영화가 압사당하고, 고질적인 문제다. 예전에 CJ를 ‘방 안의 코끼리’라고 비유한 칼럼을 읽고 굉장히 공감했었다. 누구나 문제를 인식하지만, 코끼리를 빼면 방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거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영화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마치 삼성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망한다는 것처럼. 좀 더 큰 그림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대기업 없는 한국영화는 무너진다는 것처럼 들린다.
신: 대기업 독식이 당연하다는 건 아니다.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결’처럼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영화의 질만 놓고 본다면 저예산 독립영화도 대기업 영화 못지않게 훌륭하다. 다만 금전적 측면에서 대기업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일반대학 영화전공자가 15분짜리 졸업작품을 제작하려면 얼마가 드는 줄 아나? 대략적으로 600만 원이다. 장비는 대여하고 최대한 아껴도 그 정도인데, 블록버스터가 아닌 2시간짜리 영화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국제시장’은 어떻게 봤나? 흥행한 만큼 논란도 많았는데.
신: 안 봤다. 예고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봤다고 하면 좀 이상한가? 내게 예고편은 단순한 영상이 아니다. 나는 예고편이 그 영화의 셀링포인트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라거나, 내세울 만한 가치를 보여주는 영상이다. 그런데 ‘국제시장’ 예고편 속 황정민의 독백(‘내는 그리 생각한다. 이 힘든 세상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꼬’)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우리 세대가 고통이 없을 거라고 단정 짓는 것 같았다. 그게 그 영화의 셀링포인트라면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직감적으로 ‘아, 이건 보면 안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을 따라갔다. 만약 내게 영화가 예술을 넘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 묻는다면, 내 답은 ‘사회통합’이다. 보지도 않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뭐랄까… 감독의 의도를 떠나 ‘국제시장’은 정치적으로 이용된 느낌이다.
요즘 영화가 담론을 형성하지 못해 불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적어도 ‘국제시장’은 담론을 형성했다.
신: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없지 않나. 재미의 유무 아니면 정치 얘기로만 나뉜다. 모든 관객이 전문가처럼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제시장’은 개인의 정치성향을 나타내는 지표처럼 변해 버렸다. 그러니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들 꺼린다. 영화에 대한 개인의 호감은 그의 정치적 성향을 대변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나름대로 천만영화인데 평이 짜다.
신: 천만영화라고 해서 다 좋은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운대’도 마찬가지다. 특히 영화 흥행에는 개봉시기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 예를 들면 1~3월이 그렇다. 관객은 많지 않은데,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몰리는 시기다. 작품성은 괜찮지만 티켓파워가 모자란 영화들도 몰린다. 이런 시기에 명량처럼 홍보가 잘 되고 드라마틱한 작품이 하나 개봉하면 관객들 대부분이 거기로 쏠린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왜 흥행을 했을까?’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런 부분은 문화평론가들이 짚어주는 부분인데, 우리나라 평론가들은 자기 취향을 설명하는 데 치우쳐 있는 듯하다.
<오타쿠에게 물었다②: 부산국제영화제 흔들기>
이어 아카데미 이야기를 계속하던 중,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정치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봉준호, 임권택, 박찬욱 등 유명 영화인들이 연일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논란이 확산 중이다. 신 씨는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흔들기’를 멈추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신: 원래 모든 영상물은 등급검열을 받는다. 그런데 영화제에선 아니다. 영화제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영화들이 소개되는 자리다. 고작 열흘간 진행되는 영화제 때문에 수백 편의 영화에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 말이 되나. 비효율적인 건 둘째치고, 영화제는 축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영화를 즐기고, 다양한 담론을 형성하는 곳이다. 뜨거워야 할 축제에 검열을 들이대는 건 축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거고, 축제를 찾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위다. 게다가 대외적으로도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다. 지난 2월 봉준호 감독과 함께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했던 외국배우와 감독들도 부산시의 행보에 경악했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부산영화제 흔들기 반대를 표명했다.
또 개인적으로도 등급검열을 별로 안 좋아한다. 정치적인 논쟁을 떠나서, 판단은 관객이 하는 거다. 자기 취향이 아니라면 안 보면 되는 거다. 최근 사례를 들자면, 지난달에 개봉한 작품 중 ‘트라이브’라는 영화가 있었다. 포스터가 매우 적나라했다. 남녀가 알몸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앉아 있어 몸 형태가 그림자로 드러났다. 바로 옆 나라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잘랐다.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가 된 '트라이브'의 세계 각국 포스터. 한국에서는 여자의 몸에 검은 스크래치를 입힌 버전이 통과됐다.
등급 자체를 부정할 필요까지 있을까. 과도한 검열이 문제라는 건 인정하지만, 자극적인 영화가 많은 건 사실이다.
신: 등급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관객이, 정 안된다면 제작사나 관계자가 (등급을)선택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한국은 영화등급심사가 미국식(MPAA: the 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이다. 영등위가 정해준 등급을 거부하면 상영할 수가 없다. 수익성이 걱정돼서 등급을 낮추고 싶으면 문제가 되는 장면을 잘라내야 한다. 반면, 영국식 등급심사제(BBFC: the British Board of Film Classification)는 강요하지 않는다. 등급 때문에 빛을 못 본 수작이 많다. 영화에는 표현의 자유를, 관객에겐 선택할 자유를 더 보장해 줬으면 좋겠다.
(※ 이와 관련해 한국 영상물등급위원회 측은 미국 CARA(The Classification And Ration Administration. MPAA 산하의 독립기관)의 영상물 등급분류는 강제 사항이 아닌 업계와 사회 공동체의 자발적 참여라고 밝혔다. 영등위에 따르면 미국극장주협회는 내부 규약을 통해 등급분류를 받은 영화만 상영을 허용하고 있으며,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는 소규모로 개봉할 수 있다. 반면 영국 BBFC의 경우, 등급분류에 법적 강제성을 둬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상물의 유통은 금지한다.)
등급 때문에 빛을 못 본 영화, 예를 들면?
신: 2002년 개봉한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19금 버전 같은 느낌이랄까. 야한 게 전부가 아니었던 그 영화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맞았다. 문제는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전국에 얼마 없다는 거다. 서울도 아니고 전국에 3곳 정도다. 제한상영가 전용관은 아예 없다. 결국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서울시 공약 번복으로 낙원상가 시네마테크(4월 이전 예정)도 곧 사라진다던데, 덜 대중적인 영화가 설 자리가 너무 없다.
애초 약속했던 두 시간이 지나고, 신도원 씨는 이야기가 자꾸 무거워지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면서도 영화 관람 노하우를 묻는 내게 그는 “그런 건 없다. 영화는 취향이고, 나만의 취향을 가지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다. 평가 받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영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신도원 씨가 최근 모으기 시작한 일반 극장 티겟과 포토 티켓.
처음에는 조금 의심했는데, 대화 내내 지식의 깊이에 놀랐다. 왜 이토록 영화에 몰두하나?
신: 세 가지다. 첫째, 어두운 곳에서 두 시간 동안 홀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영화가 아니라면 그런 시간을 갖기 힘들 거다. 둘째,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자기만족. 셋째, 가상이든 실화이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 이게 가장 큰 이유다. 좋았다면 어떤 점이 왜 좋았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이런 ‘오타쿠적인’ 취미 생활 때문에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신: 물론 있었다. 영화를 볼 때마다 SNS에 감상평을 남기니 친구들이 ‘타임라인에 너밖에 없다’며 싫어하더라. 너무 자주 올린다나. 과시용으로 올린 게 아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속상했다. 또 작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간다고 했더니 엄마가 ‘미쳤다’고 하더라. 취업 준비만 해도 모자란 때에 뭐하는 짓이냐면서. 특히 그때는 영화제랑 기업 인적성·면접들이 겹쳐서 유독 힘들었다. 그래도 영화제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영화제에서 시간 날 때마다 이력서를 쓰고, 인적성을 공부하고, 면접 전날이 돼서야 서울에 올라왔더니 엄마가 포기한 듯 한숨을 쉬더라.
그렇다면 취미가 도움이 됐던 부분은?
신: 내가 있는 영업직은 상대를 설득하는 곳이다. 설득은 결국 스토리텔링이고, 스토리텔링은 영화의 핵심이다. 실제로 영업직에 오기까지 영화가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영화제 인턴 활동 당시에는 관객심사단 500명을 모집하고, 브로셔를 편집하면서 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오타쿠는 어떤 사람들인가?
신: 수집벽이 있는 사람들. 아이엠디비(IMDB: 인터넷무비 데이터베이스)도 소위 ‘성공한 덕후’다. 좋아하는 영화의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다 오늘의 아이엠디비가 된 거니까. 나는 특정 물건을 모으지는 않지만 특정 배우나 감독에 꽂히면 그 사람이 관련된 건 모두 다 본다. 예전에는 영화 잡지를 모았었는데 하나같이 다 폐간돼서 아쉬웠다. 최근에는 포토 티켓을 하나씩 모으고 있다. 아, 또 있다. 오타쿠들은 혼자 엄청 바쁜 사람들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보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이걸 상영하는 극장이 없으니까, 영화 상영표가 올라오는 날이면 기차표 끊고 예매하느라 정신이 없다. 근데 그래도 좋다. 나한테는 이게 쉬는 거다.
신도원 씨가 추천한 독립영화관 (왼쪽부터) 인디스페이스, 아트 나인의 풍경
<오타쿠talk 추천>
1. 필름 상영: 우리나라는 다 디지털 상영이라 찾기 어렵겠지만, 가끔 있다. 지난해에는 ‘인터스텔라’가 필름 상영을 했다. 필름은 조도가 낮고 입자들이 보여서, 쨍하고 맑은 디지털과 새로운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코닥이 필름 제작을 중단하긴 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차기작에 또 반짝 등장하지 않을까.
2. 버드맨: 오늘 아침에 버드맨을 봤는데,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느낌을 받았다. 두 시간 내내 원테이크로 촬영된 영화처럼 자연스러웠고, 엄청나게 몰입해서 봤다. 남미는 영화에도 ‘마술적 사실주의’가 녹아 있는 것 같다. 주연 배우인 마이클 키튼 역시 과거에 배트맨으로 떴다가 한물간 배우라는 점에서, 현실과 영화의 벽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음 주에 또 보려고 한다.
3. 남미 영화: 불친절한 매력이 있다. 등장인물과 그가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질 않는다. 설명해준다 해도 굉장히 유동적이다. 말랑말랑한 설정 때문인지, 환상적이라는 느낌도 있다.
4. 소규모 영화관: 종로랑 광화문 쪽에 시네마테크, 인디 스페이스, 시네 큐브. 이수역 근처에 아트 나인. 건국대와 이대 안에 있는 단관 극장도 좋다. 한 관, 두 관밖에 없는 소규모 영화관이다. 시설은 별로지만 조용히 예술·독립영화, 평소에 보기 힘든 영화들을 감상하기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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