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리오'가 스마트폰 화면을 뛰어다니게 됐다. 일본 게임업계 공룡인 닌텐도가 그간 일관되게 거리를 뒀던 모바일게임 제작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자국 소셜네트워크게임업체인 DeNA와 엄무‧자본 제휴를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닌텐도는 DeNA 지분 10.0%를, DeNA는 닌텐도 지분 1.24%를 취득하며, 거래 규모는 각각 220억엔이다. 양사는 '마리오', '동키콩' 등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가 등장하는 스마트폰 게임의 공동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닌텐도는 그간 전용 게임기와 소프트웨어간 일체화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전략 변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닌텐도는 2013회계연도(2013년4월-2014년3월)까지 3년 연속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내놓은 주력 상품인 'Wii U' 등이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지속적인 실적 압박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DeNA가 닌텐도의 문을 두드렸다.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DeNA가 2010년 6월 자사의 소셜 게임 '모바게'에 닌텐도 캐릭터를 등장시키길 바란다며 협상을 타진해왔다"고 밝혔다. 이후 작년 여름부터 구체적인 협상의 물꼬가 트이면서 닌텐도의 모바일게임시장 진출 결정이 내려졌다. 외신들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거대한 조류 앞에 마침내 닌텐도가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닌텐도가 성장세인 모바일 게임시장을 잡기 위해 지금껏 보지 못한 최대의 여정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닌텐도의 전략 변화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보다 확실한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닌텐도는 2014회계연도 실적전망치로 200억엔의 영업흑자 예상하고 있다.
닌텐도는 세계에 통용되는 캐릭터를 많이 지니고 있다. DeNA는 IT(정보기술) 분야에서 데이터처리 등의 노하우가 풍부하다. 게임의 개발은 닌텐도가 맡고, 서버 운영 이용 현황분석 등은 DeNA가 주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닌텐도의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일본 게임개발사 겅호온라인의 '퍼즐앤 드래곤즈’와 믹시의 '몬스터 스트라이크'가 강세지만 계속 (인기) 상위권을 유지할지 미지수"라며 모바일게임시장의 급변하는 트렌드를 경고했다.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운영하며 난이도를 조정하거나, 과금을 유도하는 것도 게임기와 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DeNA는 '모바게'의 노하우는 있지만 스마트폰의 조류를 놓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DeNA가 처음부터 스마트폰용으로 개발한 유력 게임은 아직 없다.
일본 게임시장은 축소를 거듭해 2013년 4000억엔 규모를 형성했다.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성장세를 구가하며 7000억엔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닌텐도에 더욱 과감한 전략 전환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덧붙였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