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벤츠코리아 홈페이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 10년간 1553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대주주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순이익 2690억원 가운데 58%를 배당으로 회수했다. 이는 벤츠코리아 자본금 30억원의 50배에 달하는 액수다.
벤츠코리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는 당기순이익 969억원 가운데 484억원을 대주주에게 배당했다. 주당 배당금은 80만7328원에 달했다. 지난해 벤츠코리아의 국내 판매량은 3만5213대로, 전년보다 42.1%나 늘었다. 벤츠코리아의 대주주는 독일 본사인 다임러AG(51%)와 투자전문회사인 스타오토홀딩스(49%)다. 스타오토홀딩스는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다.
벤츠코리아는 지사 형태로 전환한 2002년부터 사업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2002년과 2003년엔 초기 투자비용탓에 손실이 발생했으나 2004년부터 흑자전환했다. 흑자전환 이듬해인 2005년부터 매년 순이익의 90%를 배당으로 지급했다. 이익금의 90%를 대주주가 챙겨간 것이다. 그러다 지난 3년간 벤츠코리아는 50%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대주주들은 2012년과 2013년엔 각각 162억원, 173억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통상 기업이 사업을 새로 시작하면 초기투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이익을 배당하는 것을 자제하고 내부 유보금으로 모아둔다. 그러나 벤츠코리아는 사업초기부터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보통 기업들이 10% 내외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것과도 크게 차이를 보였다.
2005년 당기순이익 100억원 가운데 무려 92억원을 배당으로 챙겨갔고,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93억원, 39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10년간 벤츠코리아가 대주주에게 지급한 배당 총액은 1553억원에 달했다. 1553억원의 배당금은 벤츠코리아 자본금 30억원의 50배가 넘는 액수다.
벤츠코리아는 2002~2003년 사업초기에 발생한 손실을 대주주인 다임러를 비롯해 일본과 한국은행에서 차입해서 메꿨다. 이자도 꼬박꼬박 지급했다. 한국에서 최소한의 투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뒤 현지 금융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이익은 고스란히 본국으로 가져간 셈이다.
벤츠코리아는 매년 차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업초기 3% 안팎이던 이익률을 최근 5.54%까지 끌어올렸다. 대표 모델인 E클래스는 트림별로 2015년 모델이 6100만~9650만원으로 책정됐다. 2014년 모델의 차값이 6030만~9440만원인, 2013년 모델은 5810만~9540만원, 2012년 모델은 5710만~9500만원 수준이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차값 인하 요인이 생겼고 유로화 환율이 약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차값은 계속 인상됐다. 환율과 FTA 효과로 인한 이익은 고스란히 대주주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초기부터 고배당 정책을 쓰는 것은 한국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계속 기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보다 단기간에 이익만 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사회공헌엔 인색하고 이익만 고스란히 빼가는 투기자본의 전형적인 모습과도 닮은 행보다"고 꼬집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