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파이낸셜 할부금융 견적화면 캡처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가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금리 공시의무를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여신전문금융협회를 통해 회원사들의 할부금융 금리를 공시토록 하고 있지만 벤츠파이낸셜은 여전협회 가입을 차일피일 미루며 금리 공시의무를 하지 않고 있다.
벤츠파이낸셜은 자체 홈페이지를 비롯해 스마트폰 앱에서도 금리를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 선택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츠파이낸셜은 다른 할부금융사보다 2%포인트 이상 비싼 8%대에 금리로 할부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저금리 할부금융 캠페인을 벌인다고 홍보해 마치 금리가 낮은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벤츠파이낸셜이 회사채를 통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하는 금리는 2.26%에 불과하다.
8일 여전협회에 따르면 벤츠파이낸셜은 할부금융 금리 조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벤츠파이낸셜은 자체 홈페이지는 물론 스마트폰앱이나 여전협회 홈페이지에도 금리를 공개하지 않았다.
벤츠파이낸셜은 할부금융조건에 대해 견적을 의뢰하면 월납입액만 알려준다. 벤츠 S클래스350 블루텍 모델에 대해 견적을 의뢰하면 '차값 1억2820만원 중 초기 선납 3846만원을 제외한 8974만원에 대해 36개월간 월 284만1611원을 납입하면 된다'고 안내한다.
36개월간 납입하는 원리금은 1억229만원으로 이자만 1255만원에 달한다. 초기 선납금은 3846만원보다 높게 잡을 수 있고 월납입 기간은 36개월보다 짧게 설정해 변경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금리 조건은 공개하지 않는다.
벤츠가 제시한 월납입액을 역으로 환산하면 할부금리는 연 8%에 달한다.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 밑으로 내려오고 할부금융 금리가 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금리다. 국내 전업계 할부금융회사들은 5.5~6%의 금리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8% 금리를 받으면서 벤츠파이낸셜은 저금리 할부금융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벤츠처럼 고급 승용차의 경우 연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필요가 없다"며 "조달금리가 높은 캐피탈사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8%대 금리는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벤츠파이낸셜은 할부금융에 필요한 자금을 국내에서 회사채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벤츠파이낸셜이 최근 발행한 회사채의 경우 2% 초반에 조달했다. 벤츠파이낸셜은 지난달 6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2년만기 2.261%의 조건으로 발행했다. A+ 신용등급을 토대로 국내 시장에서 2% 대로 자금을 조달해 8% 고금리로 운용하는 셈이다.
벤츠파이낸셜은 고금리 지적에 대해 "벤츠 고객들은 금리 1~2%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돈을 더 주더라도 더나은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금리를 공시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여전협회 가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입시기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다"며 "여전협회에 가입하지 않아 금리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츠파이낸셜은 국내에서 영업한지 13년이 지났다. 금리 공시의무를 피하기 위해 13년간 여전협회 가입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벤츠파이낸셜이 금리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실정법 위반은 아니지만 경쟁업체와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전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금리를 공시할 수 있다"며 "벤츠파이낸셜이 여전협회에 가입하기 전이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금리를 공시하는 방안도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