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 화려해 보이는 호텔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선호하는 풍토에서 호텔 업계 취업준비생 역시 대기업 계열 호텔에 몰린다. 특히 신라호텔은 이부진 사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등 오너일가가 직접 챙긴다는 점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더욱 인기가 높다.
이러한 신라호텔 신입 정직원이 되는 방법은 3가지다. 삼성그룹 공채와 신라호텔 자체 공채, 인턴 형식의 '시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다. 스펙 없이 공채로 들어가기 어려운 현실에서 흔히 택하는 방법이 시용이다. 시용직의 경우 통상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대신 1년간 낮은 시급을 받고 일하는 '열정페이'를 감수해야 한다.
동종업계 관계자 및 호텔 전문학교 등에 따르면 신라호텔 식음업장에서 시용으로 근무할 경우 15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4년제 대학을 나온 경우에 해당되고, 2년제 대학 졸업생의 경우 1400만 원을 받는다.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는 금액이 통장에 들어오는 셈이다. 한 달에 4일의 공식 휴무를 고려해 연봉(세전)을 월 208시간 근무로 계산하면 시급이 최저임금수준(5880원)을 조금 웃도는 6010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실은 신라호텔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터컨티넨탈호텔파르나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그랜드하얏트 등 특급호텔 시급 직원 연봉은 1200~1400만 원으로 신라호텔보다 낮은 수준이다.
호텔업계가 전반적으로 다른 전문서비스 업종과 비교할 때 낮은 편이다. 항공사 승무직 신입사원도 1년간 인턴사원으로 근무하지만 연봉이 2800만~3000만 원선이다.
이런 현실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신라호텔의 연봉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리더이기 때문이다. 여타 호텔들이 연봉 책정시 신라호텔을 기준으로 삼는 만큼 신라가 '열정페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교 호텔관광과 교수는 "호텔리어를 꿈꾸는 학생들이 높은 업무 강도와 턱없이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 있다"면서 "국내 최고 호텔로 평가받는 신라호텔이 업계 리더라는 자부심으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