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최저 연봉을 7만달러로 높이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90% 이상 낮추겠다고 선언한 ´그래비티페이먼트´의 최고경영자(CEO) 댄 프라이스.© AFP=뉴스1
소득불평등이 큰 이슈로 떠오른 미국에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 최저 연봉을 7만달러(약 7627만원)로 높이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90% 삭감하겠다고 밝혀 화제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애틀에 본사를 둔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기업 '그래비티페이먼츠'의 댄 프라이스(30) CEO는 지난 13일 유튜브를 통해 "이 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 7만달러의 연봉을 받도록 할 것"이라며 "올해 5만달러를 시작으로 2017년 12월까지 단계적으로 7만달러에 다다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이스는 "내 연봉으로 100만달러(약 10억9000만원)는 너무 많은 감이 있어 회사 수익이 2~3년 수준으로 다시 오를 때까지 다른 직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올해 기대 수익인 220만달러(약 24억원) 중 75~80%를 인건비로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이스가 19세이던 지난 2004년 설립한 그래비티페이먼츠의 최근 연간 수익은 약 200만 달러 수준이다. 수년 전보다 다소 감소한 양상이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직원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라이언 퍼클 그래비티페이먼츠 대변인에 따르면 직원수는 모두 120명이며 평균 연봉은 약 4만8000달러(5230만원) 수준이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연봉이 오르게 된 직원은 약 70명이며 이 중 30명은 연봉이 2배로 오르게 된다.
CEO들의 연봉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와 달리 오히려 자신의 연봉을 깎아 직원들을 돕겠다는 파격적인 소식에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프라이스는 "현재의 CEO와 직원의 연봉시세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은 도덕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정서적 웰빙' 이론을 통해 연봉이 7만5000달러 미만인 사람들에게 추가적인 돈이 생겼을 경우 삶의 질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번 결정의 동기를 설명했다.
아울러 "나와 함께 유일한 회사의 주주인 형이 이번 결정에 반대하지 않은 덕에 직원들이 집을 사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등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도록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없었다"며 "우리 회사부터 소득 불균형을 바로잡아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NYT는 프라이스가 물물교환으로 12년 전에 구매한 아우디 차량을 계속해서 몰고 취미로는 스노우보딩을 즐기는 검소함으로 인해 연봉이 줄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CEO와 일반 근로자 간의 연봉격차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일례로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CEO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 연봉이 6억9000만 달러(약 7515억원)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격차가 최대 300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나 유명 은행가 J.P. 모건 등이 권유했던 20대 1 비율보다 무려 15배나 높은 수치이다.
친서민, 친중산층 행보를 강조하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CEO들이 일반 노동자들보다 무려 300배나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개헌을 해서라도 자본가들이 조세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절약하는 행위를 막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 이후 100여명의 CEO가 프라이스에게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