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기자 40명이 정치권에 만연한 성희롱을 폭로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고 AF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 1면에 게재한 "손 대지마(bas les pattes)!"라는 제목의 성명글을 통해 의회 등 '권력의 회랑'에서 근무하는 동안 겪은 정치인들의 성차별적이고 외설적인 행동을 폭로했다.
한 여기자는 의회에서 국회의원으로부터 "(매춘부처럼) 손님을 찾고 있느냐"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자는 국회의원이 머릿결을 매만졌다고 말했다. 휴가에서 돌아온 기자에게 "온몸을 태닝했는지" 여부를 묻거나 공장 유니폼을 입은 기자에게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넨 이도 있었다.
이들이 겪은 성희롱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캠페인 당시 비행기 안에서 잠든 사진을 찍힌 것에서부터 "큰 가슴의 여기자가 훨씬 더 좋다"는 언어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성명서에서 기자들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추행 파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스트로스 칸 사건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남성 우월주의자들을 소멸시켰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고 한탄했다.
스트로스 칸 전 총재는 지난 2011년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소피텔 호텔에서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후 뉴욕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를 취하했으나 그는 성추문으로 결국 IMF 총재 자리에서 물러났고 프랑스 대권에서도 멀어졌다.
기자들은 "문제는 길에서, 회사에서, 사무실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폭력을 반영하는 이런 성희롱이 정책을 만드는 입법가에 의해 자행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남성우월주의가 정치권을 지배하는 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성명서에는 리베라시옹과 르 몽드, AFP 통신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16명의 여기자가 이름을 밝혔으며 24명은 폭로로 인해 받을 불이익을 걱정하며 익명을 유지했다.
마리솔 투렌 프랑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사건은 성차별주의가 온 사회에 퍼져있음을 상기시켜준다"며 "오늘날의 성추행은 이전보다 더 은밀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성추행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