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사랑 얘기다. 하지만 불편하다. 관계 맺기는 쉬워도 틀어진 관계를 풀거나 계속 이어가는 건 사랑의 속성이 지닌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 때문이다. 여기 세 커플이 있다. 모두 결혼의 경험이 있는, 그러나 실패의 과정을 겪고 있는 불완전한 사랑의 실루엣들이다.
‘써드 퍼슨’은 당사자가 아닌 객체가 자신의 사랑을 들여다보는 듯한 스토리라는 점에서 제목처럼 ‘제3의 인물’이 하는 사랑 이야기일지 모른다.
마이클(리암 니슨)과 안나(올리비아 와일드)는 불륜이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신작 소설을 집필중인 유부남 마이클에게 연인 안나가 찾아와 때론 격정적인 섹스를, 때론 거리를 두는 낯선 행동을 벌이며 ‘밀당’ 관계를 이어간다.
안나는 글 잘 쓰는 유부남을 쉽게 잊기 어렵다. 그녀에겐 마이클이 아는 비밀의 상처도 있다. 사랑은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 앞에서 스스럼없이 무너지는 본능의 의탁인가, 아니면 사회적 제도에 맞춰 결단을 재촉하고 용기를 고백하는 시험인가.
스콧(애드리안 브로디)과 모니카(모란 아티아스)의 사랑은 계산 없는 아가페적 헌신의 전형이다. 로마에 출장 온 사업가 스콧은 우연히 찾은 바에서 모니카에게 반한다. 우연인지 의도인지 모니카는 돈 가방을 놓고 사라지고, 스콧은 잃어버린 돈 가방을 통해 그녀가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을 납치한 남자에게 처음엔 5000유로(약 615만 원)면 끝날 줄 알았던 돈은 어느새 10만 유로(약 1억2300만 원)로 액수가 커졌다. 스콧은 뻔히 보이는 속임수에도 돈을 구해 그녀를 기다린다. 신만이 이해하는 바보같은 사랑인가, 사랑에 미친 바보인가.
뉴욕에서 아들의 양육권을 찾으려는 줄리아(밀라 쿠니스)는 전 남편 릭의 방해로 번번이 면접에 실패한다. 아들을 볼 수 있을지 판사가 결정하는 날, 줄리아는 약속 장소를 적은 메모지를 잃어버리고 선불 핸드폰도 꺼져간다. 아들을 향한 그의 사랑은 고된 청소 일만큼 꼬여간다.
세 커플의 사랑 방정식은 영화에서 깊이 드러나 있진 않지만, 모두 ‘자식’이라는 분모를 공유한다. 마이클과 스콧은 딴 데 정신이 팔려 자식을 잃었고, 줄리아는 자신의 불성실함으로 아들을 뺏겼다. 이들의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최선의 방책은 또 다른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을 감싸 안는 것이다.
마이클은 아버지로부터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연인에게 비로소 사랑의 원초적 정의인 인내와 배려에 눈뜨고, 스콧은 가난과 사기에 찌든 삼류 층 연인에게 조건 없는 희생을 바친다. 줄리아 역시 어머니라는 숭고한 직업에 충실할 채비를 갖췄다.
자식을 자신으로 인해 잃어버렸다는 일말의 숨겨진 죄책감은 타자에 대한 희생과 배려로 희석되는 것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영화는 ‘배반의 장미’라는 사랑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좇고,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은 사랑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액면으로 보면 세 조각의 사랑 중 한 편은 성공하고 나머지 두 편은 실패했다. 하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으로 스토리텔링의 진가를 터득한 폴 해기스 감독이 50번이나 고친 이 영화의 각본에서 그리 쉽게 단정적인 결론을 내렸을 리 없다.
마지막 반전의 스토리는 그렇게 얘기하는 듯하다. 사랑은 신기루이고, 냉혹한 사각의 링이며, “왓치 미(Watch me, 나를 봐)”라고 외치며 끊임없이 관심을 유발하는 아우성의 연속이라고.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