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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자까지 낳은 男, 아내에게 "이혼하자"…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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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6




#1976년 결혼한 A씨는 세 아이를 둔 가장입니다. 결혼 20년째인 1996년, A씨는 불륜을 저지르게 됐고 1998년에는 혼외자를 낳았습니다. 이 경우 A씨는 본처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낼 수 있을까요?

 

A씨의 부부가 이혼에 합의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A씨는 부인에게 이혼 요구는 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이 혼인 생활에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책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 '파탄주의'입니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경우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 일본은 파탄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판결 이후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정당한 사유 없이 오기 또는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청구에 응하지 않는 등 특수한 경우는 예외였습니다만,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하급심에서 '파탄주의'의 입장을 담은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법 840조가 규정한 이혼 요건 중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조문을 이용해서입니다. 

 

A씨도 이 조항을 근거로 이혼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인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놓고 이번달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습니다. 이혼 사건과 관련한 가장 큰 쟁점을 놓고 대법원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미 파탄난 혼인관계, 법으로 유지하는 것이 옳을까

 

이미 파탄난 혼인관계를 법으로 지속하도록 강요하는 현재의 대법원 판례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혼 소송 당사자들은 상대 배우자에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상대방의 잘못을 들춰냅니다. 부부 사이 분쟁이 이혼 소송에서 가장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다행이(?) 이혼 판결을 받아낸다면 모를까, 재판에서 이혼 청구가 기각되면 이들은 서로에게 온갖 상처를 입힌 채 부부로 남아야 합니다. 이렇게 악화된 부부관계는 다시 봉합되기도 어렵고 자녀에게는 부모의 이혼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또 이혼을 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과 사는 경우 아이까지 낳아도 혼인신고가 안 됩니다. 흔히 말하는 사실혼이기는 해도 이중혼이기 때문에 법률의 보호를 못 받게 되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유책주의를 유지해 온 것은 상대적으로 남녀관계가 불평등했던 과거 사회의 특성을 고려한 것입니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요구하는 소위 축출이혼을 당하는 여성의 피해를 막기 위한 법원의 고육지책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억지로 부부관계를 유지시켰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큰 데 반해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제 우리도 '파탄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과거와 부부의 개념이 달라졌음에도 법원이 유책주의를 유지해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며 "가정법원 판사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이제는 '파탄주의'로 가야 한다는 대답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파탄주의' 문제점은 없나

 

법원이 파탄주의로 전환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민법 840조 6항의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만 하면 됩니다. 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6조를 이혼 책임이 자신에게 있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해석했지만 이를 혼인 파탄만 인정되는 이혼할 수 있는 조항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급심에서는 이와 비슷한 판결이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9월 유책배우자인 서모씨가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이혼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서씨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등 부양의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지만 그 잘못이 이혼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중하지 않다”며 “장기간 별거로 혼인관계가 파탄 난 만큼 이혼을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파탄주의에도 분명 문제점이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고령이 된 여성의 경우 파탄주의 이혼을 적용받게 되면 많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아직 우리나라 법원은 위자료 책정이 인색하다"며 "재산분할도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파탄주의가 적용되면 피해입는 것은 여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바뀔때가 됐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제 파탄주의로 가는 것을 막을 순 없다"며 "법원이 파탄의 기준이 무엇인지, 또 파탄주의 도입 이후 어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이혼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은 오는 26일 열립니다. 판례가 바뀐다면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국민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대법원이 과연 기존 판례를 바꿔 파탄주의를 채택할지 여부는 늦어도 올해에는 결정이 될 전망입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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